금융위-금감원, 하우스푸어 구제…미묘한 시각차

김석동 "도덕적 해이 우려"
권혁세 "당장 안해도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놓고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아직 감독당국이 나설 때가 아니라는 입장인 데 반해 권 원장은 누구든 미리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19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15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개별 은행권에서 원리금 상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시점”이라고 말했다.이런 발언은 권 원장이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독자적 하우스푸어 지원책인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임대)’의 한계를 지적하며 은행권이 공동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김 위원장은 긴급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는 하우스푸어의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구제방안이 자칫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태 파악이 먼저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하우스푸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사람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연구소에서 하고 있고 우리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이와 달리 권 원장은 은행권 공동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내부적으로 은행권이 출연하는 보증 재원을 활용해 외부 기관투자가를 끌어들이는 ‘은행권 공동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 방안을 마련한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일선에서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우리가 지게 된다”며 “당장 추진하진 않더라도 뭔가 준비를 해놓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 미묘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비쳐지자 권 원장은 다소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그는 이날 경기도 부천 세종병원에서 심장병 어린이를 위문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은행권 공동으로 하는 게 효과는 크지만 당국이 관여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시각차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실태를 파악해보고 필요하면 대책을 마련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