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재판관 5人 취임…헌법재판소 14개월만에 정상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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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판·검사 출신…보수색 더 짙어졌다
전자발찌 소급적용, 곽노현 헌법소원 등 이달 헌재 결정 나올까
김이수(59·사법연수원 9기), 이진성(56·10기), 김창종(55·12기), 안창호(55·14기), 강일원(53·14기) 신임 헌법재판관 5명이 20일 취임했다. 천안함 사건 관련 소신을 꺾지 않은 조용환 후보로 인해 14개월간 장기공백 사태를 겪은 헌법재판소가 정상 가동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고위 법관 및 검찰 위주 등 획일화된 인적 구성으로 인해 국민들의 다양한 기본권을 수호하는 헌재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두 판·검사 출신…다양성 미흡지금까지 헌재는 ‘서울대 법대 동창모임’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고려대 법대를 나온 이정미 재판관을 빼곤 9명 재판관 중 8명이 서울 법대 출신이었다. 경북대 출신의 김창종, 서울대 사회대를 나온 안창호 재판관으로 학교, 학과 독점은 어느 정도 완화됐다. 전북(김이수), 대전(안창호) 출신 등 지역적 균형도 맞추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안창호 서울고검장의 합류로 검찰 출신은 2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여성은 이정미 재판관이 유일하다.
보수일색이라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민청학련 사건 연루경험이 있는 김이수 재판관도 판결은 보수적이었다는 평가다. 개혁성향의 송두환 재판관이 내년 3월 퇴임할 경우 헌재의 보수색깔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판·검사 출신 위주인 것도 단점이다. 법리해석을 위주로 하는 대법원과 달리 헌재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구성원의 다양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강국 헌재소장이 “재판관 9명 중 3명 정도는 법관이나 변호사 아닌 다른 직역에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번에도 좌절됐다. 헌재는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하는 대신 국회가 6명을 임명토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헌법개정사항이어서 쉽지는 않다.
○대법원 견제가능 여부도 미지수 내년 1월 퇴임하는 이 소장의 후임도 관심이다. 헌재는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헌재재판관 출신이 그 뒤를 잇기를 희망한다. 대법원과 맞서기 위해선 헌재재판관 출신이 소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 헌재소장은 1대 조규광 소장을 제외하곤 2대 김용준 소장과 3대 윤영철 소장에 이어 이 소장까지 18년 동안 대법관 출신이 맡아왔다. 하지만 헌법박사 출신의 이 소장만한 헌법전문가가 없다는 게 문제다.
법원 내 헌법연구회 회장을 지내고 헌재 파견근무도 해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서기석 전 수원지방법원장과 유남석 전 서울 북부지방법원장은 막판에 후보에서 제외됐다. 더군다나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던 사람들이 헌재 재판관이 되면서 “과연 헌재가 대법원을 견제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헌재 주요 결정 언제 나오나신임 재판관들이 취임했지만 이번달 헌재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통상 헌재 결정이 매달 넷째주 목요일 나오지만 재판관 5명이 취임한 지 1주일 만에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현재 헌재에는 잇따른 성폭력 사건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전자발찌 소급적용에 대한 위헌 여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사후매수죄 위헌 여부 등 주요 사건이 계류돼 있다.
김병일/이고운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