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유 수입 20배 폭증…稅혜택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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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3%0%로 감면…日 정유사에만 혜택 돌아가일본에서 수입해오는 경유 물량이 올 들어 20배 이상 크게 늘었다. 정부가 유통 과정을 공개하고 경쟁을 통해 휘발유·경유 가격을 낮추겠다며 전자상거래용 수입제품에 붙는 할당관세를 3%에서 0%로 낮춘 뒤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세금까지 깎아주는 정부의 기름값 대책이 일본 정유사와 일부 수입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가격 인하 효과 의문"
2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1월 4만배럴이던 일본산 경유 물량은 5월 10만배럴을 처음으로 넘어선 뒤 6월 20만5000배럴, 7월 53만3000배럴, 8월 80만배럴로 가파르게 늘었다. 올초와 비교해 20배가량 급증했다. 수입액으로는 8월 기준 9000만달러(약 1000억원) 규모다. 국내 경유 소비량은 월평균 1000만배럴 정도다. 올초 0.4%에 불과하던 일본산 경유 비중이 8%까지 높아졌다. 올해 내로 일본산 경유가 국내 시장의 15%까지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 능력이 내수시장에 공급하고도 절반 이상을 수출할 정도인데도 수입제품에 세제 혜택이 주어지면서 7월에는 러시아 경유까지 2000배럴 들어왔다.
일본산 경유 수입은 지난 3월30일 석유제품 전자상거래제 도입 이후 단기간에 크게 늘었다. 정부가 7월부터 전자상거래용 수입석유제품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로 하자 수입업자들이 미리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5월부터 매달 2배씩 일본산 경유 수입이 증가했다. 관세감면으로 수입 경유제품은 ℓ당 50원가량의 세금 혜택을 받고 있다. 수입 일본산 경유 가격은 국산과 비슷했다가 관세가 없어지면서 경쟁력이 생겼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일본은 경유가 남아돌아 내수가격이 한국에 견줘 낮은 편이다. 휘발유는 국내 품질기준을 맞추려면 비용부담이 커져 관세감면에도 불구하고 수입제품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기름값 대책이 소비자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된 물량이 어디서, 얼마에 팔리는지 추적할 방법이 없다”며 “세제 혜택을 줘가며 수입을 늘리는 것이 실제 경유 가격 인하에 효과가 있는지 모니터링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공급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일본산 경유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석유제품의 가격 하향 안정화에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