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1년이상 CP, 증권신고서 제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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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CP제도 개선 방안
ABCP 등급평가 근거도 공시
만기가 1년 이상이거나 신탁 등을 통해 다수의 투자자에게 판매되는 기업어음(CP)을 발행할 때는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기업은 신용평가 등급의 세부 산정 근거까지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CP 제도 개선 방안’을 25일 발표했다.
▶본지 9월22일자 A1면 참조◆CP 발행 때도 증권신고서 제출해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강화되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대부분 사모 형태로 CP를 발행했다. 이 때문에 증권신고서 발행 의무가 없었다. 기업들이 회사채보다 CP 발행을 선호한 이유였다. 문제는 최근 들어 신탁 등을 통한 개인투자자들의 CP 투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신탁의 CP 보유 비중은 2008년 말 17.6%였으나 작년 말에는 42.4%로 높아졌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만기가 1년 이상이거나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돼 50인 이상이 투자하는 CP를 발행할 때는 사모 형태로 발행하더라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CP 발행 정보를 투자자들이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도록 ‘원스톱 조회 시스템’도 마련키로 했다. ABCP 발행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기업들은 ABCP를 발행할 때 발행 기업, 발행일, 만기일, 금리, 신용평가등급 등을 금감원 전자공시(DART)를 통해 공시했다. 앞으로는 발행 기업의 재무 현황, ABCP의 기초자산 및 그 자산의 건전성 등 신용평가등급 산정의 세부 근거까지 공시해야 한다. 아울러 각 증권사는 자신이 취급한 ABCP의 거래 내역을 금감원에 사후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 밖에 내년부터 도입되는 전자단기사채가 CP를 대체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머니마켓펀드(MMF)의 동일인 편입 한도의 경우 CP는 낮추고 전자단기사채는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CP와 전자단기사채의 편입 한도(‘A1’등급은 자산 총액의 5%)가 똑같다. 김용범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한 것은 하반기 중에 개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증권업계 “늦은 감 있지만 환영”
금융위가 CP 관련 제도를 이처럼 강화키로 한 것은 올 들어 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7월 말 기준 113조9000억원) CP 발행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느슨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1년(2010년 3월~2011년 3월) 동안 약 1800억원 규모의 CP를 집중 발행해 여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증시 관계자들은 금융위의 이번 방안에 대해 “꼭 필요한 조치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 국내 증권사 채권분석팀장은 “증권신고서 제출이 의무화되면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회사채 대신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하는 기업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를 계기로 CP가 본래 기능인 단기자금 조달 수단으로 충실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김은정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