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열도 치킨게임…中경제 경착륙 비상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중국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 현상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에 하강 압력이 더욱 커졌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7.5%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식시장은 상하이종합지수 2000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등 외국 기업들의 이탈까지 현실화되면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하반기에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성장률을 7.5% 안팎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 관변학자인 정신리 국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26일 “올해 3분기 성장률은 2분기의 7.6%보다 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중국 싱예(興業)은행은 이날 3분기 성장률이 7.4%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이 은행의 루정웨이(魯政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9개월 연속 고정자본투자 증가 속도가 떨어지는 등 성장 엔진이 식고 있다”며 “시장에서 경제성장을 비관하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으며 신용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8%에서 7.5%로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 역시 성장률 전망치를 7.9%에서 7.5%로 내렸다. 전문가들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나 지급준비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인민은행은 물가 상승을 우려해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성장엔진 중 하나였던 외국 자본이 조금씩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센카쿠열도 분쟁이 벌어지자 일본 자본을 선두로 대규모 외자 이탈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비금융업종의 신설 외상투자기업(외국자본이 참여한 기업)은 1만5777개로 전년 동기에 비해 12.28%나 줄어들었다. 또 실제 투자된 외자금액도 749억달러로 3.4% 감소했다. 올 들어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5월을 제외하고 매월 감소 추세를 보였다.천궁(陳功) 안방(安邦)컨설팅 수석애널리스트는 “댜오위다오 사태로 일본 자본이 철수하게 될 경우 다른 나라 자본까지 이탈하는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대(對)중국 누적투자액은 800억~1000억달러로 크지는 않지만 이들이 동남아 등으로 생산 기반을 옮길 경우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지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일본의 선진기술을 습득하지 못해 중국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중국 리스크의 징후는 뚜렷하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26일 1.24% 떨어진 2004.17로 마감했다. 지난 5월 이후 15% 이상 떨어졌다. 이날 장중엔 2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중·일 관계가 냉각되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라며 “상하이 지수가 마지노선인 2000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 미국 유럽 등 중국 이외 지역의 주식시장도 중국 리스크에 멍이 들고 있다. ‘중국 관련주’라는 멍에를 쓰는 순간, 주가는 곧바로 내림세다. 중국에서 매출의 14%를 올리고 있는 일본 건설장비업체 고마쓰는 도쿄증권거래소에서 5월 이후 주가가 33% 하락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미쓰이상선 캐논 신일본제철 등의 주가도 20% 이상 떨어졌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고급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로 영국 버버리 주가는 5월 이후 30% 이상 내렸고, 프랑스 에르메스도 20%가량 떨어졌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본격적인 감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중국 수요 감소에 반일감정 증폭이라는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는 26일부터 나흘간 중국 내 주력 생산시설인 광둥성 공장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30일부터 8일간 중국 국경절 연휴가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약 2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셈이다. 닛산자동차도 27일부터 사흘간 공장 문을 닫기로 했고, 혼다도 조업 단축을 검토 중이다.

아사히신문은 “도요타가 다음달 한 달 내내 중국 내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수요 감소는 일본 경제 전반에도 큰 타격이다.

일본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센카쿠 분쟁 등으로 일본의 대중국 수출이 올해 1조엔(약 14조4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전체 대중국 수출액(12조4800억엔)의 8% 수준이다. 수출 감소에 따른 생산 위축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도 0.2%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베이징=김태완/도쿄=안재석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