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박물관 찾은 두산그룹 부회장 등 외국 문화·경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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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한의학 문화·가야금 리듬에 "브라보"
"한국문화 배우자" 현장 견학…한라시멘트 사장 부부도 참가
“왜 용의 모양으로 약탕기를 만든 거죠? 큰 조개 껍데기로 약국자를 만든 이유는요? 한약재를 보관하는 함은 어떤 나무로 만드나요?”
지난 25일 저녁 서울 낙원동 춘원당 한방박물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이 주최한 ‘CQ프로그램’을 찾은 주한 외교사절과 문화·경제계 인사 30여명은 한의학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한국문화지수를 뜻하는 CQ프로그램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알리기 위한 행사다.윤영석 춘원당 한방병원장(54)은 “용은 하늘을 뜻하고 호랑이는 땅을 뜻하기 때문에 귀한 사람에게 올리는 약을 달일 때 이런 문양이 들어간 약볶기를 썼고, 금속 물질은 한약재의 효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큰 조개껍데기로 국자를 대신했다”고 설명했다.
춘원당 한방박물관은 1847년부터 7대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윤 원장이 한의학 관련 유물 1500여점을 전시하기 위해 2008년 개관했다.
건축가 황두진 씨가 설계한 지하 1층, 지상 6층의 박물관에는 윤 원장이 중국, 티베트, 버마 등을 돌며 수집한 침통(鍼筒) 300여개와 각종 약탕기, 정병(淨甁·한약에 쓸 물을 정화하기 위해 담아두는 병), 약소반 등이 가득하다. 할아버지가 6·25 때 평안북도 박천에서 월남하며 보따리에 싸 가지고 온 한의서와 침구, 경혈도, 진단서 등 집안의 유물도 전시돼 있다.윤 원장은 “박물관이 한의학도들에게는 정신적 지주가 되고, 외국인들에게는 한의학의 과학성을 보여주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물관을 돌아보던 짐 베모브스키 두산그룹 부회장과 부인 수잔 베모브스키는 “침의 부식을 막기 위해 침통에 머리카락이나 꿩의 깃털을 넣어놓은 것은 굉장히 과학적”이라며 놀라워했다. 여성의 장신구인 노리개를 비상약통으로 사용하던 유물에 대해서는 “아름다움과 지혜가 돋보인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이 더욱 놀란 곳은 한약재 저장고, 대형 조제·탕전실, 천연 약재를 보관하는 전시관. 거대한 기계들을 보며 한약 달이는 냄새를 맡던 유지나 벨로바 슬로바키아 대사 부인은 “내 직업이 의사인데도 서양에서는 침 놓는 것 외에 한의학에 대해 접해본 것이 없었다”며 “영지버섯 등 저 수많은 재료들의 효능과 한약 달이는 법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이날 행사는 하버드대에서 가야금 병창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조세린 크라크 배재대 동아시아학과 교수(43)의 가야금 연주와 병창으로 끝을 맺었다. 윤여순 LG아트센터 대표는 “우리도 잘 모르는 한국의 의학과 소리에 크게 감명받았다”고 했다. 연신 ‘브라보’를 외치던 미셸 푸셰코스 라파즈 한라시멘트 대표와 부인 프레데리크 푸셰코스는 “복잡한 종로 한복판에서 한의학의 역사와 한국 음악의 뿌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