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회수 불능' 대출 4조원으로 급증

우리은행 5400억…6개월새 2배로 불어
경기침체 영향…농협銀은 추정손실 3600억
국내 은행의 기업 및 가계 여신 중 부실로 인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채권이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과 가계가 급속히 늘어난 탓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추정 손실’로 분류한 여신(6월 말 기준)이 3조956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2조7512억원)과 비교해 44%, 지난 3월 말(3조2378억원)보다 22% 늘어난 것으로 올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 말(3조9250억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추정 손실은 3개월 이상 연체 중인 고정이하 여신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대출채권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부분 손실로 인식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황 여파로 기업들이 대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고정’이나 ‘요주의’로 분류한 여신 중 상당수가 추정 손실로 재분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추정 손실이 대폭 늘어났다. 우리은행의 경우 작년 말 2813억원이던 추정 손실이 올 들어 5385억원(6월 말 기준)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금융 관련 부실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풍림산업 우림건설 벽산건설 등 건설사들이 잇달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관련 여신을 대거 추정 손실로 분류했다”며 “다만 관련 기업에 대한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놨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1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채권이 부실화하면서 추정 손실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말 1637억원이던 농협은행의 추정 손실은 올 들어 3601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그동안 다른 은행에 비해 부실채권 정리 속도가 늦었기 때문에 최근 추정 손실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3925억원에서 6340억원, 국민은행은 6786억원에서 8410억원, 하나은행은 1695억원에서 2124억원으로 각각 추정 손실 규모가 커졌다.

휴지조각이 된 은행들의 채권이 늘면서 금융당국은 은행 부실채권 비율(고정이하 여신 비율) 잠정 목표치(1.3%)까지 마련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외 경기 침체 확산으로 올 하반기 이후 대출채권 부실로 인한 은행들의 손실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익 규모와 배당을 줄이더라도 부실을 많이 털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이상은 기자 cmjang@hankyung.com■ 추정손실

은행의 대출(총 여신) 건전성을 나누는 기준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추정 손실은 담보가 없고 상환이 불가능해 돌려받을 수 없는 여신을 뜻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추정 손실로 분류된 여신에 대해서는 100%에 가까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