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생수병·통조림 코팅제, 대·소변 배출…"인체 무해"
입력
수정
아는 만큼 건강해진다 - 비스페놀A 안전성 논란생활 속 편리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명하고 가벼우면서도 충격에 강해 생수병은 물론 통조림 내벽의 부식 방지를 위한 코팅제로 사용되는 비스페놀A(BPA)가 대표적이다.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업계의 반박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용기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환경호르몬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관련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사용하거나 물로 소독하지 않는 등 생활습관을 고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자레인지에 넣지 말고 끓는물 소독·불 요리 피해야
BPA는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성질이 있어 내분비계를 교란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일부 동물 실험에서 BPA가 성호르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서다. 하지만 일부 동물실험과 달리 실제 인체 사례에 대한 인과관계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고 있다.BPA의 논란이 가중됨에 따라 FDA(미국식품안전청)는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수십편의 논문을 검토했으며, 그 결과 지난 3월 모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PA를 내분비계 장애추정물질로 구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환경부도 내분비계장애물질로 확정되지 않은 관찰물질로 관리하고 있다.
정상희 WHO 식품안전성 자문위원(호서대 교수)은 “동물실험에서는 계통, 용량, 노출방법, 호흡 등에 따라 반응과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실험 결과가 모두 다르게 나올 수 있다”며 “사람과 동물은 대사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인체 대사기전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작년 12월 시민단체가 어린이 급식용 통조림 29개를 조사한 결과 25개 제품에서 BPA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관련 논란도 뜨겁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통조림에서 검출된 BPA 검출량은 0.0041~0.281ppm으로 우리나라 통조림 용기 BPA 용출기준(0.6ppm)에 훨씬 못 미치는 양”이라며 “식품용 기구의 유통 전 안전관리와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한 사후관리를 더욱 강화해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식약청이 국내 어린이 1030명의 소변을 분석해 비스페놀A 노출 정도를 검사한 결과 인체안전기준치(TDI) 대비 0.004% 수준으로 안전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미국(0.058㎍/㎏), 캐나다(0.03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식품 등을 통해 섭취되는 BPA의 상당수가 체내에서 대사된 후 대·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식품으로 섭취될 우려가 있는 BPA에 대해 용출 기준을 유럽연합과 동일한 0.6ppm 이하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병무 한국독성학회장은 “단순히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거나 동물실험 결과, 일부 이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모든 소비자가 해당 물질을 기피할 필요는 없다”며 “BPA 노출이 우려된다면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사용하거나 끊는 물로 소독하지 말고 통조림 식품을 캔 자체로 직접 불에 조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