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닳아 없어진 무릎 연골…골반뼈 줄기세포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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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비맥'수술
자가골수줄기세포로 치료…연골재생 성공률 70~80%
메디포스트'카티스템'
연령 제한없이 수술 가능…2~3개월은 목발 짚어야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하면서 통증을 가라앉히며 지내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우면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던 무릎 관절염 치료에 줄기세포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대안이 생겼다. 닳아서 통증을 일으키는 무릎연골을 줄기세포로 부활시키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미라(대표 신현순)의 자가 골수줄기세포 치료술(비맥)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줄기세포 치료제로 공식 허가받은 메디포스트(대표 양윤선)의 성체줄기세포 치료술(카티스템)이 그 주인공이다.현재 두 회사는 정형외과 전문병원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의 우월성을 알리느라 여념이 없다. 척추·관절 전문 고도일병원의 김성권 줄기세포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줄기세포 치료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히알우론산 주사 치료 등으로 호전되지 않는 관절염이지만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에는 이른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이라며 “관절의 수명이 다하면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지만 50대 이전에는 자기의 골수에서 뽑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50대 이후엔 신생아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치료제를 사용해 닳아서 퇴행한 연골의 재생을 유도함으로써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최대한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미라의 비맥(BMAC·Bone Marrow Aspirate Concentrate) 치료는 골반뼈에서 골수를 뽑아 원심분리기에 넣어 고농축 줄기세포를 뽑은 다음 무릎에 구멍을 내고 관절내시경을 통해 무릎의 환부에 주입하는 비교적 간편한 시술이다. 주입한 골수 유래 성체줄기세포는 손상 부위로 스스로 이동해 손상된 세포와 같은 종류의 세포로 분화, 증식해 손상을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개발한 첨단 원심분리기(SMP2)를 이용해 기존 원심분리기보다 줄기세포 추출 능력을 8배 이상 높인 게 이 치료법의 핵심 노하우다.
원심분리 추출액에는 줄기세포 외에 각종 성장인자와 혈소판 풍부혈장(PRP) 등이 함유돼 있어 연골 재생 성공률이 70~80%에 이른다. 김 센터장은 “시술 후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관절경으로 환부를 보면 연골이 재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신생 연골은 주변 조직과 유사하게 분화해 성장인자와 함께 손상된 조직을 빠르게 재생시켜 신생 연골과 주변 연골의 결합 정도가 76~80%에 달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말했다. 비맥 치료는 연골세포를 외부에서 배양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 공기오염 조작 실수 등에 의한 감염이나 유전자 변이 등의 우려가 거의 없다.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안전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허가 사항에 따르면 15세 이상, 50세 미만 나이에만 이 시술을 받을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자가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은 50세 이상에서도 효과가 있지만 허가 사항 규정상 50대 이상 무릎 관절염 환자에게는 타인(신생아)의 제대혈(탯줄) 줄기세포로 만든 치료제로 시술할 수 있다”며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은 연령 제한이 없고 자가줄기세포보다 품질이 일정한 게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카티스템은 제대혈 추출 줄기세포에 하이드로겔(히알우론산)을 혼합한 젤 상태로 다소 점도가 높아 시멘트를 바르는 느낌으로 환부에 주입한다. 주사용 유리용기에 1.5㏄의 줄기세포액이 담겨져 있으며 보통 한두 병을 쓴다. 연골재생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고령에 시술해도 효과가 우수하다. 입원 기간은 2~3일 정도로 퇴원하면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수술 후 2~3개월간 목발을 사용하는 게 좋다.
이에 비해 비맥은 물기가 많은 치료제를 환부에 고정시키기 위해 ‘히알로패스트’라는 부직포 느낌의 생체 보조 재료를 쓴다. 또 카티스템은 무릎을 절개하고 수술하는 반면 비맥 치료는 관절경 시술을 기본으로 하되 환부가 클 경우에 한해 무릎을 절개하는 방식을 쓰는 게 차이점이다. 카티스템은 제대혈을 이용한 데다 혈관이 거의 없는 연골의 특성상 면역거부 반응을 거의 일으키지 않지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종합적으로 보면 두 시술 모두 부분 마취 아래 1시간 안팎에 끝나며 출혈과 수술 후 통증이 적으며 면역거부 반응이나 합병증이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 단 1회 시술만으로 정상 관절 연골과 똑같은 조직으로 재생하고 시술 직후부터 관절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김 센터장은 “50대 이전에는 대부분 스포츠 부상·사고·물리적 타격 등 외상으로 인해, 50대 이후에는 외상보다는 노화로 인한 퇴행성 관절염이 많다”며 “50 이전에 무릎 치료의 종착역이라는 ‘인공관절’을 이식하기를 망설이는 환자의 상당수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수술 직후 통증과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사라진 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