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상장폐지 줄잇는다

대우證스팩 내달 정리 매매
미래·동양 스팩도 곧 청산
투자자 피해는 크지않을듯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무더기 상장폐지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국내 1호 스팩인 대우증권스팩의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됐고, 미래에셋스팩 동양밸류스팩 등 초기 설정된 스팩들도 퇴출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27일 대우증권스팩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지난달 27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한 달 동안 합병을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스팩 제도가 2009년 12월 도입된 후 상장폐지되는 기업이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스팩은 납입일로부터 2년6개월 이내에 합병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어 관리종목 지정 후 한 달 동안에도 합병 상대가 없으면 자동 상장폐지된다.

대우증권스팩은 2010년 일반인 공모 청약 때 경쟁률이 87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청약자금만 1조1000억원이 몰렸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대에 맞는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해 이날 상장 첫날보다 0.70% 오른 3575원에 거래가 정지됐다.

대우증권스팩 주주들의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공모액(875억원)의 96%인 840억원을 금융 회사에 예치해뒀고 이 예치금이 연 3% 이상의 수익률로 운용됐기 때문이다. 공모가(3500원) 미만으로 대우증권스팩 주식을 산 주주들은 매각차익에 대한 배당세(15.4%)를 빼더라도 오히려 수익을 볼 수 있다. 스팩의 상장폐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합병 상대를 찾지 못해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미래에셋스팩1호와 동양밸류스팩은 각각 다음달 8일과 23일까지도 합병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된다. 미래에셋스팩1호와 동양밸류스팩은 각각 200억원과 450억원을 공모했으며 예치율은 각각 95%다.

스팩은 2009년 12월 국내에 도입된 뒤 총 22개 종목이 상장됐으며, 이 중 현대드림투게더스팩 등 6개가 합병에 성공했다. 당초 우량 비상장 기업의 증시 입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공모가 등에서 직접 상장보다 불리한 것으로 나타나자 기업들이 스팩과의 합병을 꺼리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