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스마트폰 가격의 '불편한 진실'

양준영 IT모바일부 차장 tetrius@hankyung.com
“갤럭시S3를 17만원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올까요?”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지난달 통신3사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3 가격이 10만원대로 떨어졌다. 전산망이 다운될 정도로 번호이동 가입자가 몰렸다. ‘갤럭시S3 대란’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폭탄 세일’ 회오리가 한바탕 몰아쳤지만, 친지들의 질문에 대한 답은 ‘통신사 마음대로’다. 하루에도 오전과 오후가 다른 게 휴대폰 가격 아닌가.‘통신사 마음대로’ 천차만별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회사들이 전략 스마트폰을 잇따라 내놨다. 애플의 아이폰5도 이달 중 국내에서 발매된다. 공통점은 출고가가 모두 100만원을 호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차분하다. ‘갤럭시S3 대란’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조사’라는 칼을 빼들었고, 보조금은 크게 줄었다. 통신대리점을 찾았다가 80만~90만원대에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발길을 돌린 소비자가 적지 않다.

스마트폰 가격이 90만원대를 훌쩍 넘어선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17만원까지 폭락했던 갤럭시S3 제품도 출고가는 99만4400원에 달하는 고가제품이다. 물론 이 가격을 다 주고 사는 소비자는 찾기 힘들다. 휴대폰은 거의 대부분 이동통신 3사의 대리점 4500여곳과 판매점 3만여곳을 통해 유통된다. 출고가와 달리 소비자가 부담하는 기기값인 ‘할부원금’은 약정할인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통신사의 보조금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통신 3사의 지난해 휴대폰 약정보조금 합계는 1조9683억원에 달했다. 단말기 자급제나 알뜰폰(MVNO) 등 통신요금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힘을 전혀 쓰지 못하는 것은 거대한 휴대폰 유통시스템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콩나물 값 몇백원을 따지면서도 수십만원짜리 휴대폰은 대리점이나 판매점 점원의 말만 믿고 구매해왔다. 매달 요금에 포함돼 나눠 내다보니 실제 부담이 얼마인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제살 깎아먹는’ 통신3사

‘갤럭시S3 대란’은 스마트폰 가격의 불편한 진실이 표면으로 드러난 사례에 불과하다. 긍정적인 점은 소비자들이 복잡한 휴대폰 유통구조를 일부나마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휴대폰을 구매하기 전에 인터넷 검색부터 하는 합리적 소비자가 늘고 있다.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사용하는 ‘할부원금’이라는 용어도 낯설지 않게 됐다.통신요금만큼 면밀하게 검증당하는 소비재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가계 통신비 부담이 크고, 요금이 논쟁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스마트폰은 3000만여명이 사용할 정도로 현대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통신요금 못지않게 스마트폰 가격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신사들은 통신비 부담이 늘어난 것을 비싼 스마트폰 가격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경쟁구도를 만든 것은 통신사다.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기존 3세대(3G) 서비스는 외면해왔다.

보조금에 의존하는 영업행태도 달라진 게 없다. 지난달 통신3사가 보조금 경쟁을 벌이며 120만건에 달하는 번호이동이 이뤄졌다. 하지만 ‘제살 깎아먹기’ 경쟁만 벌였을 뿐 시장점유율은 요지부동이다. 시장을 이렇게 운영하면서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에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준영 IT모바일부 차장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