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환율의 명암…수출 늘려 금융위기 극복 vs 물가 올라 양극화 심화

秘史 MB노믹스 (9) 高환율정책 논란
고환율 정책은 집권 초기 MB노믹스 중 가장 큰 논란이 됐다. 찬반 논쟁이 많았고, 지금도 공과(功過)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고환율 정책이 수출을 늘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수출 대기업들은 고환율 혜택을 톡톡히 봤다. 강 장관이 퇴임 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시절인 2009년 5월 체코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 프라하공항에 도착해 시내를 향해 자동차를 달리는 데 현대자동차 ‘i30’와 삼성전자의 디지털카메라 배너광고가 양쪽 길가에 반반씩 붙어 있었다.내심 뿌듯했던 강 위원장은 현대차 현지법인장의 말을 듣고 더욱 고무됐다. “환율이 이 정도(당시 달러당 1300원대)면 유럽에서 경쟁할 만하다. 부품도 국내 업체에서 조달할 수 있다. 원화가치가 높으면 동남아산 부품을 써야 한다. 그러면 도저히 품질을 맞출 수 없다. 이 환율이 3년만 유지되면 벤츠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고환율 정책은 물가를 끌어올려 서민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내수를 침체시킨 원인이란 비판도 따라 다닌다. 고환율 논쟁이 한창일 때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이던 조원동(현 조세연구원장)의 설명. “MB노믹스에서 가장 아쉬운 게 고환율 정책이다. 수출에서 얻은 이익이 내수로 흘러들어와 국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수출 산업일수록 고용은 잘 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기업들이 일자리를 안 만들었다고 정부가 나무라는 건 맞지가 않다.”

어쨌든 정부는 고환율 혜택을 본 대기업들이 기대만큼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다고 불만이 컸다. 재정부 관계자의 회고. “2009년 삼성전자 등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자 강 장관은 전경련 회의 등에서 ‘환율 혜택을 받았으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한 삼성 임원이 TV에 나와 ‘사상 최대 이익은 환율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한 결과’라고 말하자 강 장관은 삼성에 화를 내기도 했다.” 이런 정부의 서운함은 MB노믹스의 방향 전환 배경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표명하던 이명박 정부는 2009년부터 친(親)서민·중도실용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동반성장’과 ‘공생발전’ 등을 내세운다. 대기업들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결과이기도 했다.

특별취재팀 차병석 정치부 차장(팀장) 이심기 경제부 차장 서욱진 산업부 차장 류시훈 금융부 기자 mbnomic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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