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用?…4000억 '사료기금' 부활하나

28년 만에…여야, 의원입법으로 발의
정부 "실효성 낮고 재원도 부담" 난색
여야가 1984년 실효성 논란과 함께 폐지됐던 ‘사료가격안정기금’을 28년 만에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 불안으로 축산농가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지만 선거를 앞둔 선심성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 “총선 공약 지키자”사료가격안정기금은 축산 농가의 경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정부와 민간이 돈을 적립한 뒤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 일정 차액을 축산농가와 사료업체에 보전해주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한우협회 등 축산단체들은 기금 설치를 정부에 건의했다. 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내 축산업 여건상 국제 곡물값 불안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 총선 때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공약에 이를 반영했다. 지난 7월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기금 설치를 명시한 ‘사료관리법 개정안’을, 김영록 의원은 ‘사료가격안정기금법안’을 제출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지난달 홍문표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기금 재원 마련에 난색을 표시하자 당론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했지만 결국 법안 발의에 동의했다. 총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는 게 당의 설명이다.◆연 4000억원, 정부 부담으로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사료산업 매출이 연간 8조원인데 사료값이 5%만 뛰어도 40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생돈’이 나가는 셈인데 민간 재원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5년간 곡물가를 감안할 때 연평균 3864억원이 보전금으로 소요될 것”이라며 “사료업체와 축산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 적립금이 안정적으로 징수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문표 의원 안은 민간 참여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 정부가 ‘납입금의 3분의 2 이상’을 전입하도록 했다. 홍 의원 측은 “농가와의 약속인 만큼 일단 법부터 만들고 필요하면 정부가 (기금 조성에) 더 역할을 하자는 것”이라며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영록 의원 안은 기금 부담 비율을 정부 40%, 사료업체 30%, 축산업자 30%로 두고 있다. 김 의원 측은 “기금을 만들면 사료값 최저선이 명시돼 담합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사료업체들이 소극적인 게 문제”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9번째 기금 탄생하나

농식품부는 내달 말까지 연구 용역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검토키로 했지만 내심 부담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농식품부 산하 기금이 지금도 8개에 달해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재원 부담은 둘째 치고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축산농가에선 사료업체들이 기금 부담을 사료값에 전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축산업과 여건이 비슷한 일본은 1960년대 기금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1975년 기금을 만들었다가 1984년 폐지했다. 예산정책처는 “당시엔 민간 부담에 비해 효과가 미진했기 때문”이라며 “사료업체와 축산농가 납입금 외에 새 재원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기금 신설 압박에 대응해 다양한 사료 가격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내년 축산발전기금 규모를 올해보다 39% 늘린 9711억원으로 책정하는 한편, 농가 사료 직거래 지원사업 등을 새로 추진하기로 했다.

■ 사료가격안정기금사료 값 급등에 따른 축산농가와 사료업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사료회사, 축산농가가 공동으로 조성하는 기금. 평소 적립금을 쌓아뒀다가 사료 값이 급등했을 때 기금을 풀어 가격 인상분의 일부를 축산농가와 사료업체에 보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