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타고 프로슈머 2.0시대 열렸다

소비자가 기획하고 협업 통해 생산·마케팅까지…

'한복이 너무해' 포스터
드라마·게임까지 제작
'24인용 텐트'도 대표 사례

지난달 20일 한 트위터 이용자(@chara_npc)가 그린 ‘한복이 너무해’라는 팬아트(유명인, 유명 캐릭터 등을 팬이 직접 만화로 표현하는 것) 포스터가 인터넷 게시판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삽시간에 퍼졌다. ‘한복이 너무해’는 재치 있는 트위트로 인기가 많은 대검찰청 공식 트위터와 한국민속촌 공식 트위터를 캐릭터 삼아 만든 콘텐츠다. 이 팬아트가 공개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200명이 넘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한복이 너무해’를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팀을 꾸려 라디오드라마, 웹툰, 게임 등 5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콘텐츠 생산 모든 것을 직접‘프로슈머 2.0’ 시대가 열리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 개발, 유통, 마케팅 등에도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의 ‘생산적 소비자(producer+consumer)’가 SNS 시대에 더욱 진화했다.

최근 SNS를 달구고 있는 ‘한복이 너무해’가 대표적이다. 대검찰청과 한국민속촌 트위터 계정이 동시에 주목받은 것은 지난 7월부터다. 7월3일 한 트위터 이용자가 한국민속촌 트위터를 향해 ‘수청을 들라’는 글을 올렸고 이에 대검찰청 트위터가 ‘수청 들라는 글을 올리지 마세요. 해당 행위는 아동, 청소년 성 보호법에 관한 법률 제7조 등을 위반한 범죄행위입니다’라는 트위트를 날렸다. 이 글은 두 시간 만에 600여회 리트위트되는 등 화제가 됐다. 이후 두 트위터 계정은 연인으로 묶이는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고 ‘한복이 너무해’ 팬아트 포스터가 처음 만들어지면서 관련 프로젝트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8일 서울 신월초등학교에서 열린 ‘T24페스티벌’(24인용 텐트 치기 내기 행사)도 ‘프로슈머 2.0’ 사례로 꼽힌다.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 ‘SLR클럽’의 자유게시판에서 한 네티즌이 24인용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다는 글을 올렸고 1주일 만에 실제 텐트를 치는 행사가 오프라인에서 열렸다. 100여명의 네티즌이 각종 물품을 협찬했고, 행사장에는 3000여명이 몰렸다. T24 동영상 누적 시청자 수는 300만명이 넘었다. ◆IT 서비스로 가능한 프로슈머 2.0

‘프로슈머 2.0’은 스마트폰, SNS 등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적극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 기기로 개개인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기 수월해졌다. 짧은 시간에 결과물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복이 너무해’ 같은 경우는 구글닥스(클라우드 기반 문서 서비스) 등을 이용해 역할 분담과 행사 추진이 용이하다.

인터넷을 통해 익명의 다수로부터 투자를 받는 ‘크라우드 펀딩’도 ‘프로슈머 2.0’의 요인이다. 텀블럭, 굿펀딩, 펀듀 등 클라우드 펀딩업체에서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돈을 투명하게 모을 수 있다. ‘T24페스티벌’의 계기가 됐던 글을 남겨 텐트 치기에 나섰던 이광낙 씨는 “T24가 네티즌들 사이의 논란에서 하나의 축제로 발전했듯이 소비자 스스로 재미를 찾아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슈머 2.0’ 콘텐츠 제작의 걸림돌도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상업성을 배제하는 특성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 진행이 수월치 않은 경우도 발생한다. 한 벤처투자업체 대표는 “저작권, 이익 분배 등을 명확히 해야 ‘프로슈머 2.0’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프로슈머

producer(생산자)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생산적 소비자’를 뜻함.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1980년 ‘제3의 물결’에서 처음 사용. 기업을 매개로 한 ‘프로슈머 1.0’에서 소비자들이 처음부터 콘텐츠를 기획하고 조직을 만들어 제품까지 생산하는 ‘프로슈머 2.0’으로 발전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