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회장 "백의종군 하겠다"… 채권단 "위기 탈출용 꼼수"

웅진 법정관리 후폭풍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결국 그룹 경영권을 포기했다. 해석은 두 가지다.

첫째 법정관리 신청 후 채권단 측에서 끊임없이 제기해 온 각종 의혹에 두 손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채권단 쪽에서는 윤 회장이 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극동건설을 고의적으로 부도낸 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또 법정관리 신청 직전 계열사 자산을 미리 빼돌리고, 친인척 및 측근들도 주식을 사전 매각했다는 등 각종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5일 있을 법원 심리 과정에서 이런 의혹을 명확하게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 윤 회장으로 하여금 사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 회장이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검찰수사 등의 돌발사태를 막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도 풀이했다.

다른 해석은 윤 회장이 처음부터 경영권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윤 회장은 그룹을 제일 잘 아는 입장에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법정관리인이 되려는 것이지 경영권 유지에 욕심을 내진 않았다”고 말했다. 채권단 측은 이유야 어쨌든 윤 회장의 사퇴로 경영권 문제가 매듭지어진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 회장 사퇴 후 웅진홀딩스 단독 대표이사가 되는 신광수 씨는 윤 회장의 사람인 만큼 그가 법정관리인으로 지정되는 것 역시 불가하다는 것이다. 윤 회장의 사퇴가 일종의 꼼수라는 시각이다. 한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윤 회장이 사퇴한다고 해서 웅진그룹 측 인사를 법정관리인 선임에서 배제해달라는 기존 입장의 변화는 전혀 없다”며 “신 대표도 도덕적 해이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그의 법정관리인 지정은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타협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윤 회장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채권단 측도 웅진 측 인물을 공동관리인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양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박신영/김일규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