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 치안 성과 전국 1위 비결 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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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 경찰팀 리포트
(1) '지오프로스'에 뜬 범죄취약지역…베테랑 형사 잠복 근무
(2) 5대 폭력 전담팀·TF 맞춤운영 - 폭주 단속 건수 서울 전체의 절반
(3) 외국인 밀집지역 특별 관리 - 올 상반기 범죄발생률 4.4% 감소
“살려주세요.” 지난달 14일 밤 12시 무렵 서울 영등포동5가 인적이 드문 야외주차장에서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 소리가 고요한 밤 공기를 갈랐다.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을 노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채모씨(24)에게 목덜미를 잡혀 주차장으로 끌려가던 A씨(45)의 처절한 저항이었다. 바로 그때 근처 차량에서 시동을 끈 채 4시간 동안 잠복 근무하던 영등포서 형사 2명이 자동차에서 튕기듯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내달렸다. 노련한 강력팀 형사들의 움직임이었다. 형사들의 예상치 못한 습격에 당황한 채씨가 달아났지만 200m도 못 가 붙잡혔다. 마치 사건이 벌어질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기다린 형사들이 범인을 검거하기까지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올해에만 다섯 차례에 걸쳐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영등포동5가를 ‘요주의 지역’으로 정한 뒤 영등포서 형사들이 번갈아 가며 사흘째 잠복근무한 끝에 올린 성과였다.
가까운 미래에 강력사건이 일어날 걸 예측, 범죄발생률을 제로로 낮춘다는 내용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상케 하는 이 같은 장면은 지난달 전국 249개 경찰서 가운데 치안성과 우수관서 전국 1위를 차지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선 일상이다. 2008~2012년 5년 연속 서울청 1위, 2010년 전국 3위에 이어 올해 드디어 전국 1위를 차지한 것. 영등포경찰서는 일년 내내 바람잘날 없는 곳이다. 전국 경찰서 중 살인사건 발생률이 1위다. 서울의 대표적 우범지역 치안을 맡고 있는 영등포서가 제일 좋은 성과를 내는 배경은 ‘스마트 치안’ 덕택이다.
일등공신은 올초 도입한 지리적프로파일링시스템(GeoPros)이다. 그동안 연령·전과·죄목별로 범행을 분류하던 방식 대신 관내 범죄취약지역을 한눈에 보여주는 시스템을 도입, 적극 활용했다. 폭주전담 태스크포스(TF) 등 각종 범죄유형별 전담팀을 꾸린 맞춤식 대응도 영등포서의 강점이다.
김두연 영등포경찰서장은 “경찰의 노력만으로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쌍방향 치안행정을 펼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자평했다. ◆범죄취약지역 과학적 분석, 범죄예방 자료로
경찰청은 2009년 지오프로스 활용 지침을 전국 경찰서로 내려보냈지만 경찰서마다 도입 시점은 제각각이었다. 기존에 연령·전과·죄종별로 범행을 분류하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익숙해져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꺼리는 일선 형사들의 분위기도 도입을 지연시켰다. 영등포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김 서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감(感)으로 수사하지 말고 과학적으로 수사하라”는 지침에 따라 지난 1월 지오프로스가 본격 도입됐다. 일선 경찰들도 KICS에 범죄유형·시간·장소별 범죄 자료를 입력하면 자동연동되는 지오프로스의 편리함에 눈뜨기 시작했다. 지오프로스는 연령·전과·죄종별로 범행을 분류하던 KICS와 달리 관내 범죄취약지역을 한눈에 보여줬다. 범죄 자료를 입력하면 지도 위 해당 주소지에 죄목별 아이콘이 표시된다. 아이콘을 누르면 해당 사건의 개요가 보인다. 범죄가 적게 발생한 곳은 하얀색이나 푸른색으로 표시되고 범죄취약지역일수록 붉은색을 띠도록 했다. 교보생명로터리, 당산역 앞 등 영등포서 관내 28곳이 이 시스템에 따라 관내 범죄취약지역으로 지정됐다. 영등포서는 관내 전체 범죄자료를 분석해 경력 배치가 필요한 지구대·파출소에 추가 인력을 지원하고 순찰·검문 장소를 조정했다. 8월 대림동 일대에서 잇따라 발생한 오토바이 날치기 사건도 지오프로스가 해결했다. 그동안 대림동 코오롱아파트 앞에서 날치기 사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경찰 1명을 사건 발생 지역에 종일 근무토록 하고 순찰인원도 평소 2명에서 4~6명으로 증원했던 게 주효했다. 지오프로스가 도입되면서 영등포서 관내 올해 상반기 5대 범죄 발생률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이진 영등포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영등포서는 112신고 건수 전국 2위, 5대 범죄 발생 건수 서울청 2위인 경찰서”라며 “정확한 지리적 분석을 토대로 인력을 재배치하다 보니 제한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세분화된 범죄, 전문화된 TF로 ‘맞춤대응’영등포서는 각종 전담팀 및 TF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갈취·학교·주취·조직·성폭력 등 5대폭력전담팀을 6월부터 가동했다. 현재 형사과 내 강력2팀은 학교폭력전담팀, 강력3팀은 조직폭력전담팀, 강력4팀은 갈취폭력전담팀, 강력5팀은 성폭력전담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취폭력전담팀은 형사팀에서 6명을 차출해 운영한다. 서울청 관할 경찰서 중 조폭단속 1위, 주폭단속 2위를 차지한 밑거름이었다. 9월 기준으로 조폭 6명, 주폭 23명, 성폭력 사범 32명을 검거했다. 5월에는 팀원 6명을 투입해 폭주전담TF도 만들었는데 현재까지 폭주족 220명을 입건하고 오토바이 61대를 압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폭주전담TF를 신설한 서울청 관할 15개 경찰서가 단속한 전체 건수의 51%에 달한다. 8월에는 마포대교에 전국 최초로 이륜차 단속 전용 폐쇄회로TV도 설치했다.
◆외국인 범죄 막기 위해 ‘당근·채찍’ 병행
영등포는 조선족이 몰려 있는 대림·신길동이 포함된 서울의 대표적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영등포서는 날로 늘어나는 외국인 범죄를 막기 위해 사전 홍보를 통해 우발범죄를 막는 등 입체적으로 접근한다. 국내 사법체계에 둔감한 외국인을 무조건 ‘예비 범죄자’로만 몰지 않고 홍보를 통해 범죄 예방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에는 영등포구청과 함께 외국인생활가이드 책자 1만부를 제작·배포했다. 2008년 9월부터 외국인자율방범대원을 모집, 현재 48명의 자율대원과 정·사복 경찰관들이 합동순찰 활동도 한다. 흉기를 휴대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담은 현수막도 중국어로 번역해 대림·신길동 등 중국인 밀집지역에 붙였다.
그렇다고 무조건 ‘당근’만 주진 않는다.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 능력을 보여주려고 지난해 11월 대림동을 시작으로 올 2월 신길동까지 특별치안강화구역으로 지정하고 검문검색도 강화했다. 외국인범죄를 집중 단속한 결과 올 상반기 기준으로 관내 외국인 범죄 발생률이 4.4% 감소했다.
■ 지오프로스GeoPros(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 지리정보시스템의 공간 분석 기능을 이용해 각종 범죄 발생 현황 및 특정 범죄 다발지역을 분석, 범죄 예방에 활용하는 기법.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