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낡은 주택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로…투자 수익률 연 18%

한류·K팝 등 영향 외국인 관광객 급증
1인 숙박비 1만~5만원…과도한 초기 투자 피해야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이모씨(60)는 창천동 주변에 보유하고 있던 다가구주택의 공실이 늘어 고민이 많았다. 역에서 가깝고 신촌 상권 주변이라 입지는 좋았지만 건물이 낡아 지난해부터 부쩍 찾는 사람이 줄어들어서다. 그러던 차에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숙박업소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씨가 리모델링의 승부수를 던진 건 지난 7월. 5층 건물 중 2개 층을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4000여만원을 들여 내부 인테리어를 실시하는 한편 방 하나에 이층침대 두 개를 놓아 4인이 쓰는 기숙사형 ‘도미토리(dormitory) 룸’과 1인 전용 방인 ‘프라이빗(private) 룸’으로 꾸몄다.결과는 만족스러웠다. 1인당 하루 숙박비는 2만~4만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하루에 많게는 17명을 수용할 수 있는 데다 주중을 포함해 공실이 거의 없어 임대수익이 두 배가량 뛰었다.

이씨는 “홍보 비용과 식비·인건비 등 월 200만원의 유지·관리비 등을 제외해도 500만원의 수입이 고정적으로 들어온다”며 “낡은 주택을 크게 고치지 않고도 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다가구주택, 아파트로 임대K팝 등 한류열풍에 힘입어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게스트하우스’가 부유층에게 수익형 부동산의 틈새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급 과잉과 고분양가로 수익률이 점차 떨어지는 오피스텔 등 다른 월세형 상품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게스트하우스란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숙사형 임대·숙박업소를 뜻한다. 이른바 외국인용 민박사업이다. 한 방에 2층 침대를 여러 개 놓고, 주방과 화장실 등은 공동으로 쓰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숙박비가 1인당 하루 1만~5만원 선으로 호텔보다 저렴해 주로 젊은 외국인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합정동·서교동·창천동(신촌·홍대) 일대와 종로, 남산 주변, 강남 일대에 100여곳이 넘게 몰려 있다.게스트하우스는 기존에 보유한 주택으로도 사업이 가능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가 ‘외국인 도시민박업’ 조항을 신설해 올해부터 도시민박업소로 신고한 230㎡ 이하 아파트와 공동주택(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 등을 게스트하우스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소형주택 전문업체인 베스트하우스 고종옥 대표는 “아파트·연립·다가구주택의 남는 방을 활용하거나 재개발 예정지의 주택·상가주택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할 경우 단순 임대를 주는 것보다 두세 배가량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수익률 연 10%도 거뜬

게스트하우스에 투자해 기존 수익형 부동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사례도 늘고 있다. 지역과 초기 투자비용은 다르지만 평균 연 10% 이상의 수익률은 거뜬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논현동에 사는 50대 박모씨는 최근 5억원의 융자를 끼고 약 15억원에 신사동 다가구주택 건물을 매입해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1인당 숙박비는 하루 5만원. 주변 호텔보다 훨씬 저렴해 주중에도 공실이 별로 없을 정도다. 월 매출 2400만원 선에 이자 250만원과 600만원가량의 유지·관리비를 빼면 매달 1550만원 정도가 남는다. 박씨는 “수익률이 연 18~19% 수준으로 오피스텔보다 훨씬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통망 좋은 곳이 유리

전문가들은 게스트하우스에 투자할 경우 초기 비용과 입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택 매입·임차 비용이나 시설 인테리어 비용 등에 자금을 과도하게 쓴 경우 투자 대비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시설보다는 교통을 중시하는 만큼 다소 낡았더라도 역·공항과 가까운 지역의 주택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외국어 서비스 등을 마련하고 웹페이지를 활용하는 등 홍보 전략이 뒷받침되면 금상첨화다.

유지·관리에 품을 많이 들여야 하는 것은 단점으로 지목된다. 곽명휘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한 자산가는 게스트하우스를 낸 후 원치 않는 잡무에 시달리다 최근 다른 개인에게 헐값에 매각하기도 했다”며 “유지·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거나 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투자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지금은 투자 수익률이 높은 편이지만 한류 거품이 빠지고 나면 ‘반짝 사업’이 될 수도 있다”며 “최근 신촌 홍대 등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 물량이 급증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대안도 세워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