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임대주택에 벤츠·렉서스 즐비…입주자 관리부실 질타

LH 국감 현장

PF사업 5년간 5000억 순손실
미분양 땅·주택도 30조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돕기 위해 제공하는 영구임대주택에 벤츠 렉서스 그랜저 같은 대형차 소유자가 상당수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안효대 의원(새누리당)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등촌·우면·번동과 경기 분당·일산, 대구, 부산 등에 있는 영구임대주택 거주자에게 BMW 렉서스 폭스바겐 벤츠 그랜저 같은 대형 승용차 367대가 등록돼 있었다. 이 중 외제차는 41대였다. 안효대 의원은 “영구임대주택 거주자의 경제 여건이 좋아지더라도 해당 입주자를 강제로 내보낼 규정이 없어 임대주택 거주자가 대형차를 소유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 의원실이 서울 등촌동 영구임대주택 입주자 가운데 외제차를 보유한 6명의 실태를 파악해 본 결과 5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조건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명은 손자 명의로 된 BMW를 타고 다녔다. 현행법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조건에 손자의 재산을 포함하지 않는다.

현재 영구임대 주택에 입주하려면 평균 20개월, 최장 123개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가구는 6만5288가구에 달한다. 안 의원은 “불법이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영구임대주택 입주자를 강제로 퇴거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외제차 등을 보유한 수급자격 탈락자는 퇴거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거주자격을 강화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해명했다.

또한 LH가 보유한 자산 가운데 팔리지 않은 땅과 주택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홍문종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LH의 미분양 자산은 30조4804억원이다. 이 중 토지는 28.9㎢로 여의도 면적(2.9㎢)의 10배에 육박했다. 5년 이상 팔리지 못한 악성 토지만 4조5000억원 규모에 이르고 3년 이상~5년 이하 매물도 7조3000억원이나 된다. 홍 위원은 “이 추세라면 향후 1~2년 내 장기 미분양 토지 규모가 10조원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분양 주택은 8689가구로 2조4000억원 규모다.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로, 4564가구(1조4447억원)에 달했다. 이어 대전·충남 1001가구(2480억원), 광주·전남 814가구(1704억원) 등의 순이다.한편 LH가 출자한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10곳)의 순손실액도 5년간 5000억원대에 달했다. LH가 문병호 의원(민주통합당)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성남판교 알파돔시티 등 LH가 출자한 10개 공모형 PF사업에서 최근 5년간 4975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경기 남부 최대의 공모형 PF사업인 판교 알파돔시티는 2008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5년 동안 모두 31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10개 PF 사업 중 손실액이 가장 컸다. 다른 사업장의 손실 규모는 화성동탄 메타폴리스 61억원, 아산배방 팬타포트개발 236억원, 파주운정 유니온아크 124억원, 광명역세권 엠시에타개발 93억원, 남양주별내 메가볼시티 48억원, 용인동백 쥬네브 935억원, 용인동백 모닝브릿지 298억원 등이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