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만 바라보는 당 구조가 문제

당내 갈등 원인은

지도부 위기관리 능력 부재
친박 중심…소외감도 한몫
한 달 전만 해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야당에 비해 보름 먼저 본선 캠프를 차렸고 야권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도 두 자릿수 이상 벌어졌다. 일각에선 추석 전까지 박 후보 지지율을 50%대로 끌어올리면 이번 대선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박 후보의 인혁당(인민혁명당) 발언을 계기로 꼬이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준길 공보위원 사태(안철수 후보 측에 대한 불출마 종용), 측근들의 공천 비리 연루설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 이때부터 수면 아래서 잠재해온 당내 불만이 봇물 터지듯 분출했다.당내에서는 친박(친박근혜) 실세들과 당 지도부의 위기관리 부재를 첫 번째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과거사 발언 이후 당과 후보에 대한 민심이 차갑게 변하는 데도 현실을 외면하는 박 후보의 인식이 1차 원인”이라며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측근과 지도부의 공동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박 후보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한 것도 따지고 보면 영남 출신 친박 실세들이 박 후보 주위를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란 감정이 당내에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측근 실세와 당 지도부의 안이한 인식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친박 2선 후퇴를 앞장서 주장했던 한 의원은 “특히 친박 실세 상당수는 해당 지역에서 치열한 선거 과정 없이 거저 먹는 사실상 비례대표나 다름없다”며 “선거판세 분석이나 치밀한 전략이 요구되는 대선을 제대로 치러본 경험도 없어 지지율 정체를 극복할 전략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이른바 ‘소수 친박 실세들이 다 해먹는다’는 의원들의 소외감도 당내 갈등에 한몫하고 있다. 실세 몇 명이서 선거 캠프 요직을 차지하고 중요 의사결정 과정을 좌지우지하면서 대다수 의원들은 외면당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당내에 ‘20 대 130’(새누리당 의원 중 측근 20명만 움직이고 나머지 130명은 무관심하다는 것)의 2분법적 구도가 존재한다”는 얘기가 이 같은 기류를 대변한다. 박 후보를 최측근에서 오랫동안 보좌해온 비서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박 후보만 바라보는 당내 의사결정구조에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친박 2선 후퇴론을 처음 제기한 남경필 의원은 “박 후보의 말에 우루루 쫓아가는 듯한 의사결정 구조가 소위 ‘불통’의 원인이며 이것을 깨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