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짜 석유

국민의 생명 위협하는 암적 존재
꾸준한 노력만이 신뢰사회 이뤄

홍일표 < 국회의원(새누리당) 2008hip@hanmail.net >
지난달 10일 CNN과 포천이 운영하는 ‘CNN Money.com’에 한국을 복제품과 가짜가 넘쳐나는 ‘가짜 공화국’이라고 지적한 칼럼이 게재돼 논란이 인 적이 있다. 물론 특정 기자의 심각한 편견의 소산이라고 생각되나 한국이 가짜의 나라, 부정 행위와 뇌물의 요람으로 묘사됐다는 것 자체는 매우 불쾌한 일이다.

어느 사회든 가짜와 짝퉁이 판을 치다 보면 대내외적으로 신뢰와 경쟁력이 추락하게 된다. 필자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으로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가짜 석유 유통 경위를 조사하다 가짜 석유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의외로 크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우선 가짜 석유로 연간 1조원 이상의 세금이 탈루된다. 가짜 석유는 암거래 시장을 통해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어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징수해야 할 세금을 그만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국민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된다. 가짜 석유는 보통 주유소의 지하실이나 주유소가 아닌 곳에 비밀탱크나 이중배관 등의 불법 시설을 해 리모컨으로 작동하면서 제조·유통을 하다 보니 안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작년 수원의 한 주유소 지하실 내 불법 시설물에 저장된 가짜 휘발유에서 폭발이 발생해 주유 고객 등 3명이 사망하고 행인 4명이 중상을 입는 등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같은 해 안산의 한 주택가에서는 가짜 휘발유를 차량에 넣다 화재가 일어나 차량 4대가 전소되고 주택이 큰 피해를 입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가짜 휘발유나 경유는 혼합되는 용제나 등유의 비율이 높을수록 옥탄가나 세탄가가 낮아져 자동차의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생기고 발암물질 등 환경오염 물질 유발로 국민의 재산뿐만 아니라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다. 최근 지속적인 단속으로 가짜 휘발유는 많이 감소했으나 가짜 경유는 정상적인 주유소에서 경유에 등유를 혼합하면 되기 때문에 아직도 줄지 않고 있다.

필자는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한국석유관리원과 함께 가짜 석유 근절 캠페인을 벌였다. 국회에서 직접 자동차연료 무료 분석 서비스를 실시해 국회의원은 물론 국회 직원과 내방객들에게 가짜 석유 불법 판매 근절을 위한 공감대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불법 판매 근절 대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세계적인 재정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신용등급이 상향되는 영예를 누렸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한 걸음씩 선진국에 다가서고 있는 이때 국내에서 아직도 가짜 석유가 버젓이 유통된다는 것은 참으로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단면이다. 물론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생산·유통되는 모든 제품을 믿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신뢰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 사회적인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홍일표 < 국회의원(새누리당) 2008hip@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