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후보 검증' 격돌…상임위 곳곳서 파행

정무위 안랩 증인 불출석 공방
교과위는 정수장학회 논란
대통령 선거 후보들과 관련된 국정감사 증인 문제로 국정감사가 곳곳에서 파행됐다.

9일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조카사위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감장에 나오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박 회장은 차입금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게 금지돼 있는데도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스마트저축은행을 인수했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이상직 의원은 “박 회장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면 미국 하와이 골프장 등에 탐방을 간다고 한다”며 “이건 골프를 위해 국감을 불참하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사유서에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하와이, 이달 18일부터 26일 중국,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미국 출장을 간다고 밝혔다고 민주당 관계자가 전했다. 정무위 국감은 오는 24일까지 열린다.

정무위는 유병태 전 금감원 국장, 안랩 2대 주주였던 원종호 씨(개인투자자) 등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모두 불출석했다. 유 전 국장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대통령 민정수석 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03년 부산저축은행 검사 담당자였다. 문 후보는 당시 부산저축은행 검사와 관련해 금감원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원씨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대주주였던 안랩 주가조작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안랩이 (1999년 10월) BW 발행 과정에서 가격을 어떻게 책정했는지가 논란의 핵심인데 당시 장외에서 매수했던 분(원씨)이 불출석해 유감”이라며 “주가를 낮게 책정해 안 후보에게 넘긴 것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했던 방식이고, 이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유 전 국장과 원씨에 대한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했으나 유 전 국장은 연락을 끊고 잠적했으며, 원씨는 건강 문제로 출석을 거부했다.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에서 부적절한 급여를 받았다는 논란과 관련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서 받은 돈을 현역 의원으로 정치 행위에 지출한 건 위법이어서 자료 제출이 필요한데 정수장학회의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 이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하자 교과위는 한 시간 만에 정회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을 부르자고 했고 여당 의원들이 반대하자 1시간반 만에 정회하는 등 이틀 연속 파행을 겪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