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나라는 어떻게 지키겠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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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문제 한·중·일 충돌의 뇌관19세기 말 나라가 갈 길을 못 찾고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훈수를 둔 사람은 엉뚱하게도 일본에 있던 청나라 외교관이었다.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한 ‘친중(親中) 결일(結日) 연미(聯美)’를 주장했던 황쭌셴(黃遵憲)의《조선책략》을 김홍집이 얻어 왔고, 외교노선을 둘러싼 조정의 격렬한 논쟁과 분열이 이어졌다. 어찌됐건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스스로를 지킬 힘도 책략도 없었던 조선의 운명은 나라를 일본에 뺏기는 치욕이었다.
동북아 냉전의 시대 왔는데 대선후보들 안보方略 알수없어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방아쇠가 당겨진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의 분쟁은 터지고 말 일이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현실적으로 한·중·일이 평화를 공유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오기는 어렵다. 잠시 가라앉는다고 해도 이 영토문제는 앞으로 끊임없이 동북아시아 안정을 위협하는 3국 충돌의 뇌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일본은 말 같지도 않은 독도 영유권 주장에서 보듯, 침략의 역사를 스스로 반성할 의사가 전혀 없다. 그들의 전후 세대 정치지도자들은 과거의 죄악에 대한 인식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진실을 외면하고 부정한 채 부끄러운 역사를 미화하는 못된 길로만 내달리면서 주변국을 자극한다. 그들이 흔드는 욱일기(旭日旗)가 한국과 중국에 얼마나 큰 트라우마이고 끔찍한 재앙의 상징인지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독도를 포기할 수 없고, 중국 또한 댜오위다오를 뺏겼던 100여년 전의 쇠락했던 그 청나라가 아니다.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넘어 유소작위(有所作爲)의 중국은 무력으로라도 댜오위다오를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기세다. 여기에 역사조작은 훨씬 더 패권주의적이다. 지금의 영토를 통째로 자신들의 역사로 만드는 동북·서남공정을 통해 끊임없이 팽창을 추구한다.
우리 땅 이어도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중국이 최근 첫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띄운 의미 또한 간단하지 않다. 한반도 서쪽과 남쪽 해역을 그들의 내해(內海)로 장악하겠다는 전략이고, 나아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배권은 지금껏 그 통로가 막혀 있던 동해 진출의 교두보다. 결국 한국은 독 안에 든 쥐처럼 가두어진다.독도와 이어도, 그리고 센카쿠열도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얽힌 3국 간 영토분쟁의 최전선(最前線)인 것이다. 영토문제가 동북아 냉전(冷戰)을 심화시키는 상황은 앞으로 더 나빠지는 쪽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의 쇠락이 가져온 무력감과 상실감, 혼란의 돌파구가 민족감정에 기댄 우경화이자 군국주의로의 회귀다. 과거사 부정에 그치지 않고 평화헌법 폐기, 무장의 공식화를 획책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더 강한 국력을 내세워 세계질서의 주도 세력임을 과시하면서 힘으로 밀어붙여 영토분쟁으로 꼬인 동북아 안보의 매듭을 풀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결국 크고 작은 충돌은 불가피하다.
현재의, 또 앞으로 전개될 이런 역학 환경에서 한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영토문제는 어떤 경우에도 뒤로 물러설 곳이 없는데 우리 힘은 미약하고 일본은 아직 강대하며 중국은 날로 강성해지고 있다. 우리가 힘 없고 만만하니 일본은 독도에 시비를 걸고, 중국은 이어도를 집적거린다. 게다가 한반도의 작은 땅덩어리마저 분단돼 있는 현실의 가장 큰 적인 북한은 끊임없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전쟁을 도발한다.이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엄중한 안보위기이자 국민들의 평화로운 삶에 대한 위협이다. 짧게는 지난해 북의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그리고 올해 한국 중국 일본의 정권이 바뀌는 상황에서 비롯된 국면이고, 국제 정세의 큰 관점에서 동북아 안보지형의 변화구도가 그렇다.
우리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 모두 국민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다. ‘대통합’을 내세우고, ‘사람이 먼저’라고 말하며, ‘혁신과 융합’을 부르짖는다. 좋은 말들이다. 하지만 정작 국민이 행복해지기 위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전제는 내 나라, 우리 땅을 온전히 지켜내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다. 감성적인 행복을 말할 뿐 나라의 기틀을 보전하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방략(方略)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 모두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