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이에 내몰리는 아줌마…30~50대 여성 '파트타이머' 증가

취업자 10년만에 최대

육아·가사 자투리 시간 활용…고용구조 '선진국형' 진화
예상외로 선방한 지난달 고용지표를 둘러싸고 또 ‘속빈 강정론’이 나온다.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일자리의 질은 악화했다는 단골 해석이다. 실제로 경기 침체와 베이비부머 은퇴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 수가 14개월 연속 늘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 탓에 30~50대 여성들이 생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 더욱 씁쓸해진다.

하지만 뒤집어볼 수도 있다. 고용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의 고용 증가다. 지난달 여성의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0.9%포인트 올라 남성(0.8%포인트)보다 상승폭이 컸다.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2.0%포인트 급등했고, 50대(1.2%포인트) 60세 이상(1.7%포인트)에서도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났다. 이에 대해선 여성들이 불황 탓에 노동시장에 ‘내몰린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남성들의 영역이었던 운수업종에서 지난해 여성종사자가 19.8% 급증하기도 했다. 서비스업 고용이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을 중심으로 호조인 것도 달가운 현상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제조업과 달리 파트타임 일이 많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 36시간 미만 단기간 근로자는 지난해 91만7000명 급증, 전체 근로자의 18.7%를 차지했다. 김범석 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30대 이상 맞벌이 여성이 2009년 이후 증가 추세”라며 “남성은 전일제로 일하고 여성은 시간제로 일하는 ‘1.5인 맞벌이’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트타임 증가=고용의 질 악화’라는 공식은 조금씩 깨어지고 있다. 재정부에 따르면 단시간 근로자 가운데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의 비중은 2008년 32.3%에서 지난해 44.7%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올해 3월 기준 30대 시간제 여성 근로자 가운데 60%는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이었다. 전일제보다는 육아와 가사를 하고 남는 시간에 조금씩 일을 하는 걸 선호했다는 의미다.

한국 여성의 단시간 근로자 비중은 16%로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2010년 기준 네덜란드는 61%에 달하고 영국(39%) 독일(38%) 등도 여성 고용률 상승에 시간제 근로가 기여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성의 파트타임을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며 “남는 시간을 이용해 가구 소득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국민소득 향상에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육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출산율과 여성의 경제참여가 함께 증가하는 선진국형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선진국 대비 최저 수준인 여성의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한편 사회 전체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010년 47.8%였던 여성의 고용률은 작년 48.1%로 개선된 데 이어 올해 5월 이후 49%를 웃돌고 있다.

물론 장밋빛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한 전문가는 “국내 시간제는 대부분 비정규직인데 임금과 사회보장에서 정규직과 차별을 받는다는 게 문제”라며 “선진국 수준으로 가긴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유연근무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속도가 느린 것도 문제다. 손 연구위원은 “시간제 근로가 확산될수록 고용의 질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카드모집이나 보험설계사 같은 저임금 특수근로자 문제를 해결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