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전쟁] 대우조선해양, 심해저·특수선 등 고부가 선박 '올인'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FPSO 건조역량 인정
드릴십 대량 수주

대우조선해양은 단순히 배를 짓는 조선사에서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체질을 개선해 미래 성장을 지속한다는 전략이다. 해양, 심해저, 특수선 건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조선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드릴십 등 척당 단가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해 위기를 극복했다. 올해도 고유가 추세가 이어지는 데 따른 반사이익으로 LNG운반선이나 드릴십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총 수주 실적의 67%에 달하는 56억8000만달러를 고부가가치 쪽에서 수주했다.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월 인펙스로부터 초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20억달러에 수주했다. 설비가 운영될 지역의 이름을 따 ‘익시드 FPSO’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설비는 길이 336m, 폭 9m에 무게는 11만t에 달한다. 하루 8만5000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다. 저장 용량은 114만배럴이다. 대용량 FPSO는 생산 역량과 프로젝트 수행력을 검증받은 극소수 업체만이 건조할 수 있다.

이달 2일에는 세계 최대 해양시추회사인 미국 트랜스오션으로부터 드릴십 4척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드릴십 4척이 한꺼번에 발주돼 수주한 것은 업계 최초다. 지난달 28일에도 미국의 해양시추 회사인 앳우드 오세아닉스에서 드릴십 1척을 수주했다. 두 프로젝트의 수주금액은 26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2015년에 차례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드릴십은 자체 개발한 DSME-12000형으로 제작된다. 길이 238m, 폭 42m 크이의 이 선박은 해저 1만2000m 깊이까지 시추가 가능하다. 특히 트랜스오션 드릴십에는 고압에 견딜 수 있는 특수 장비가 탑재된다. 대우조선해양은 트랜스오션에서만 총 11척의 드릴십을 수주해 그 중 5척을 인도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 회사가 발주하는 모든 물량을 드릴십을 수주했다는 것은 그만큼 선주사에게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상승 국면에 있는 만큼 시추장비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심해저(subsea) 플랜트도 대우조선해양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시장은 연 44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해저 분야는 부가가치가 높고 연관산업 파급 효과가 큰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산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6년부터 해양 구조물 건조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생산 설비를 늘리는 등 노력을 시장 진입을 위한 기술 개발을 서둘러왔다. 특수선과 방위산업 분야 역시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3월 해군 강국인 영국에 군수지원함 4척을 수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도 대우조선해양의 강점이다. 선주가 발주하는 물량을 받아 건조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해외 개발 사업에 참여해 보다 능동적인 수주를 이끌어내는 ‘컨트리 마케팅’ 방식이다. 최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에서 자국 조선소를 통해 선박을 건조하도록 유도하는 보호 정책을 이겨낼 비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지 업체와의 적극적 기술 교류와 투자를 통해 수주 기회를 늘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조선과 해양 분야에 쏠린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큰 육상 및 해상 플랜트, 풍력발전 산업 등에 진출해 종합중공업 그룹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특히 풍력발전은 녹색 친환경 사업으로 향후 시장성이 높다. 세계적인 풍력 전문 기관인 GWEC는 글로벌 풍력 발전량이 2010년 158.5GW에서 2014년에는 409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8월 미국의 풍력업체 드윈드사를 인수하면서 풍력 사업에 뛰어든 대우조선해양은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캐나다 풍력발전 설비 제조 공장을 준공해 본격적인 전기 생산을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에 특화한 풍력발전기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대우조선해양은 이산화탄소 포집 및 기타 신사업과 기존 조선해양과 연계한 육해상 플랜트 분야에서도 기술 개발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신사업팀을 신설해 본격적인 플랜트 및 청정 화력발전소 관련 영업을 시작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