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연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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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기적푸른 나무들이 가득한 하늘정원에 섰다.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비집고 들어와 온몸과 마음 구석구석을 푸르게 물들인다. 하늘정원은 소나무, 단풍나무, 주향목, 철쭉 등이 들어선 우리 역삼동 사옥의 명소인데, 가끔 이곳을 거닐며 경영 현안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곤 한다.
더불어 사는 삶…사업도 마찬가지
최병오 < 패션그룹형지 회장 hj02@chol.com >
변덕스러워진 날씨처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느 때보다 크고 극심한 내수 침체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지만, 하늘정원에 서면 의사결정의 실타래를 찾거나 경영 아이디어를 찾기보다 소중한 ‘인연’을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곳 하늘정원이 임직원의 피나는 노력과 함께 지인들의 도움이 소중한 거름이 돼 조성됐고, 변치 않는 우정을 의미하는 소나무가 그 정취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한번 맺은 인연은 평생 가져간다.’ 이런 신념으로 필자는 더불어 사는 삶을 걸어왔다. 고마운 분들에게는 가진 것을 아낌없이 선물하고, 또 사람들에게는 소탈한 모습으로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전생의 인연(因緣)이라는데, 언제 다시 만나더라도 서로 반기고 기쁨과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 관계를 갖고자 했다.
우리 주위에서 성공한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주위 사람들과 인연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리더는 올곧은 정신으로 살아오면서 상대에게 따뜻한 사랑을 주는 분들이 많다. 맹자(孟子)에서도 ‘어진 자는 누구도 대적할 사람이 없다(仁者無敵)’고 했는데, 즉 마음이 너그럽고 배려로 살아온 올곧은 인생은 그 어떤 것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 아니던가.
필자는 항시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주위 분들에게 신의를 지키면서 낮은 자세로 배려하며 살아왔다. 남의 허물보다는 배울 점을 찾았고, 겸손과 경청하는 진실한 자세로 소중한 인연들을 맺어 왔다. 대리점 사장님들과 평생 인연을 맺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매장을 둘러보고 상품이나 마케팅이 혹시 부족하지 않은지 살폈고, 명절 때나 연말연시에는 정성을 담은 선물과 편지를 보내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우리 브랜드 모델과의 인연도 소중하게 가꿔 한 번 모델이 되면 오랫동안 함께 가고자 한다. 배우 송윤아 씨는 결혼과 출산 등의 과정이 있었지만 10년 이상 우리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세상을 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한 가지는 모든 만남을 우연으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모든 만남을 기적으로 보는 것”이라며, 인연에 대한 깊은 체험적 진리를 말했다. 이처럼 사랑과 증오, 기쁨과 슬픔, 선과 악 이 모든 것이 인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 한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여기, 하늘정원 나무들도 필자와 떼어놓을 수 없는 인연으로 이곳에 서서 소중한 인연들을 떠올리게 해주나 보다.
최병오 < 패션그룹형지 회장 hj02@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