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갑 닫은 이탈리아 가보니…伊대표차 피아트 판매 30% 뚝

현대·기아 홀로 '조용한 질주'
“프로모션을 강하게 해도 고객들의 관심을 돌릴 수가 없네요.”

지난 12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몬자의 ‘피아트’ 전시장에서 만난 영업사원 마르코 리치는 “판매량이 20% 이상 줄어 다양한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날 밀라노시 현대자동차 이탈리아법인. 이 회사는 올해 직원을 10% 늘렸다. 김성남 법인장은 “현대차 딜러 수가 매년 15개씩 늘어 직원을 90명에서 102명으로 늘렸다”며 “이탈리아의 자동차 회사 중 직원을 늘리는 법인은 우리가 유일하며 내년에는 중남부 지역 거점인 로마에 지사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이탈리아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0만9178대로 전년 동기(15만8568대)보다 31.1%나 줄었다.

현지 대표 메이커인 피아트그룹의 시장점유율은 30.5%로 2009년에 비해 3%포인트가량 떨어졌으며 30% 선도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피아트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올해보다는 내년, 또 2014년에는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우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이탈리아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시장점유율 3%를 처음으로 넘겼다. 김 법인장은 “시장점유율이 3% 미만일 때는 딜러들을 쫓아다녔지만 3%를 넘기자 오히려 딜러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이탈리아에서 올해 1~9월 전년 대비 14.9% 늘어난 5만3996대를 팔아 점유율 4.7%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1.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현대차는 판매량 증가 요인으로 △품질 경쟁력 강화 △현지 고급 인력 영입 △타깃 마케팅 전략 등을 꼽았다. 현대차 이탈리아법인은 BMW의 마케팅 디렉터와 도요타 출신 인력을 영입하는 등 고급 인력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 법인장은 “골프대회를 열어 현지 상류층 고객을 끌어들인 결과 판매량이 늘었고, 수익성 높은 중형급 모델 ‘ix20’ 및 ‘ix35’(국내명 투싼) 판매량이 전체의 40%를 차지했다”고 했다. 이종건 KOTRA 밀라노비즈니스센터장은 “한국 기업들이 경영난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이탈리아 강소 기업 인수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밀라노=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