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르르 이인의 러브 토크] 우주 최고의 수수께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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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 이인의 러브 토크] 3화. 우주 최고의 수수께끼, 나
‘나’라는 존재는 수수께끼입니다. 나는 이름, 성별, 국가, 나이, 인종 등등의 여러 꼬리말들로 설명됩니다. 하지만 그게‘진짜 나’냐고 물을 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훤히 보이지 않습니다. 나조차 나를 모르죠. 시간이 흘러 나를 알아간다 해도‘나’가 깔끔하게 밝혀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이 종종 낯설게 보이죠. 이게 나란 말이야?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욕망에 따라 힘들게 학벌, 돈, 차, 상표, 집, 직장, 애인 따위의 간판들을 얻어냅니다. 그러나 정작 나를 잘 모르기에, 그런 딱지들을 몸에 덕지덕지 붙이고 거들먹거려도 헛헛함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게 그것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죠. 내가 욕망한 게 이거 맞나, 하는 불안감. 스스로가 낯선 만큼 사랑도 낯설어집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사람’이 유난스레 돋보입니다. 그리고 별 고민 없이 그를 욕망하게 됩니다. 사랑에 실패하고 눈물짓던 때는 잊고 다시 그에게 빠져듭니다.
“그 사람은 예전의 찌질한 인간들과는 달라.”
그렇게 생각하며 새로운 사랑에 가슴 부풉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입니다. 상대를 알아갈수록, 상대와 깊어질수록, 보이지 않던 간극은 조금씩 벌어지고 그 틈으로 이별이 움틉니다. 새로이 다가왔던 그 또한 내 욕망을 채워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열렬히 욕망하며 함께하고 싶은 상대였지만, 가까워지자 허전함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아무리 다정하고 따뜻해도 그 사람만으로는 내 욕망의 불을 꺼뜨릴 수 없습니다.
“욕망은 결핍”이라고 라캉은 말했습니다. 이는 일찍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이었는데, 라캉은 이를 보다 정교하게 설명하죠. 라캉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생물체로서 욕구(need)가 있는데, 이 욕구 가운데 사회에서 이뤄지는 만큼이 요구(demand)입니다. 그러나 요구가 아무리 채워져도 결코 메워지지 않는 모자람이 남습니다. 이게 욕망(desire)이죠. 출출해져서 호두과자를 먹습니다. 출출함이라는 욕구에 대해 호두과자라는 요구를 들어주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으니, 이 녀석의 정체가 욕망입니다.
관계에 대한 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곁에 누군가가 있어 요구를 채우더라도 욕망은 남게 되죠.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 내 안의 아궁이와 같습니다. 아무리 땔감을 넣어 아궁이를 달궈도 욕망은 만족을 모릅니다. 그저 뻥 뚫린 채 다른 걸 더, 더, 더 원하지요.
유행하는 옷이나 가방에 지름신이 강림하여 물건을 구매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며칠을 못 갑니다. 처음 샀을 때의 만족감은 얼마 가지 않아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장 속에 처박아둔 채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죠. 그러고는 “입을 옷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옷장을 열어보면 한때 나를 달구었으나 이젠 입고 싶지 않은 옷들이 한 가득입니다. 그 옷들은 더 이상 내 욕망의 대상이 아닙니다. 내 아궁이에 들어가서 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뭔가 진짜 갖고 싶어서 침이 마를 정도로 욕망하더라도, 나는 그 들뜸과 들썩임이 좋아서 그걸 좋아한다고 믿는지도 모릅니다. 무언가를 좋아하기보다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느낌’을 좋아하는 것이죠. 아니면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그 몸놀림이나 욕망 자체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욕망은 욕망 자체를 욕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욕망하기를 욕망하는 욕망을 갖고 있지요. 이렇게 보면 내가 왜 이리도 욕망에 휘둘리는지 언뜻 이해가 됩니다. 욕망의 수챗구멍이 입 벌리고 있으면 무엇을 갖더라도 마음에 차지 않고, 자꾸만 뭔가를 빨아들이게 되죠.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게 욕망의 대상이었지만 그것들은 내게 진짜 만족을 주지 못하고 아래로 빠져나갑니다.
우리의 심리구조엔 어쩔 수 없는 틈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도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부럽다고 추켜올리면 잠깐은 어깨가 으쓱할지 몰라도, 가슴 한 구석의 뻥 뚫린 구멍으로 이내 바람이 솔솔 불어오게 되죠. 얄궂은 욕망의 속성 때문입니다. 사귀고 싶은 사람과 만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아쉬움이 근질근질 시작됩니다. 그래서 바람을 피우게 되고 한눈을 팔게 되죠. 친구들에게 타박을 받을지라도 내 안의 욕망은 결코 잠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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