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PF대출 부실 1조700억 '비상'

PF잔액 4조 중 26% 달해
4대은행 평균의 2.5배
농협 "부실채권 조기 매각"
농협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연내 전체 PF 사업장을 재평가해 부실 채권을 조기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18일 황주홍 의원(민주통합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5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현황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PF 대출 잔액은 4조1154억원에 달했다. 농협은행보다 덩치가 큰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은행의 PF 잔액 평균 2조6659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4대 은행은 PF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다 2008년 이후 경기가 나빠지면서 곧바로 정리 작업에 들어갔지만 농협은행이 다소 늦게 PF 대출에 뛰어들었다”며 “(농협은행이) 위험을 감지한 이후 PF 대출을 멈췄지만 이미 너무 많은 대출이 이뤄진 뒤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농협은행 PF 대출의 26.0%가 3개월 이상 연체돼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이는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 평균인 10.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이 대출 전 사업성을 평가하는 외부 보고서에만 의존해 자체 심사를 소홀히 한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농협은행의 PF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은 1조703억원에 달했다. 이 중 3개월 이상 연체(고정)가 8112억원, 3개월 이상 1년 미만 연체(회수의문)가 2149억원이다. 금융당국은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대출 대부분을 손실로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6월 말까지 손실로 확정된 부실 여신이 6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의 PF 대출 부실은 지난해보다 심각해졌다. 작년 PF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0%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정상 또는 요주의 상태인 PF 대출을 8000억원가량 줄이면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농협은행은 충당금도 제대로 쌓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협은행의 PF 대출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은 70.9%로 100%가 넘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전국 농협 단위조합에 대한 배당을 책임지고 있는 농협은행이 부실 상각에 따라 순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PF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농협은행은 PF를 포함한 전체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6월 말 기준)도 2.11%로 국민(1.64%), 우리(1.77%), 신한(1.31%), 하나(1.03%) 등을 포함한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2%를 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건설 등 경기 민감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다른 은행보다 높다”며 “농협은행 내부적으로 건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충식 농협은행장은 이날 서울 충정로 본사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 출석해 “전 PF 사업장을 재평가해 장기간 부진한 사업장은 적극적으로 매각하고,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다른 시중은행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김일규/류시훈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