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줄기세포 연구 노벨상 수상도 시간문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존 거던 英 케임브리지대 교수
울산과기대 특강서 인터뷰

역분화 줄기세포 규명 업적 "시각장애인 눈 뜨게 할 것"
"이튼스쿨 시절 250등 꼴찌" 연구실에 성적표 붙여 놔
“영국 속담에 준비된 사람에게만 행운이 찾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큰 투자를 받는 한국의 줄기세포 분야 연구자들이 이미 성공적인 연구성과를 내고 있으니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올 것입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존 거던 교수(79·사진)는 18일 울산과기대(UNIST)에서 열린 ‘2012 국제 줄기세포 학회’ 특강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아직 한국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없지만 연구 분위기로 보면 시간문제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복제연구의 대부로 불리는 그는 “요즘 시각 장애인들이 눈 뜨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며 “시신경 복원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그래서 신장·췌장 교체보다 눈을 먼저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거던 교수는 이날 학회의 특별강연에서 “포유류의 난자에서 비롯된 체세포 핵은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려질 수 있고, 이런 체세포 핵이 난자에 유입됐을 때는 높은 효율로 체세포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난자의 역분화 원인과 과정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정 조직으로 분화가 완료된 체세포의 핵이 역분화될 때, 체세포 핵의 염색체 가 줄기세포의 염색체와 유사하게 변화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연구성과가 현실화될 경우 현재 수천개의 체세포가 있어야 겨우 한 개의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킬 수 있었던 것을, 수개만 있어도 한 개의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킬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던 교수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노벨상 수상으로) 내가 줄기세포 분야에서 하나의 중요한 업적을 만들었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줄기세포의 역분화 기작을 처음 규명한 연구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옥스퍼드대 대학원 재학 시절인 1962년엔 개구리 복제로 성숙한 세포를 전분화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로 재편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시간 동안 이어진 특강에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거던 교수가 요즘도 매일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에 출근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구에 몰두한다는 말에는 학생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그의 사무실엔 아직도 16세 때 이튼 스쿨에서 받은 성적표가 놓여 있다고 했다. 그는 “생물 과목에서 250명 중 250등, 꼴찌를 했다는 내용과 함께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나 지금 성적으론 말도 안 된다’는 담당 교사의 지적도 적혀 있다”며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뤄진다”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