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업종대표주 펀드 '힘 못쓰네'

외국인 자금유입 주춤 탓…수익률, 주식형 평균에도 못미쳐

"반등" vs "업황회복 수년 걸려"…투자비중 확대엔 신중을
지난 1~3월과 8~9월 두 차례에 걸친 글로벌 유동성랠리 때 높은 수익률을 보여줬던 업종대표주 펀드가 최근 부진한 모습이다.

외국인 자금 유입이 주춤하면서 이들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업종 대표주들이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업종 대표주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도하게 낮아진 데다 지난주 후반부터 대형주들의 반등이 시작되는 분위기여서 조만간 업종대표주 펀드의 수익률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업종대표주 펀드, 한 달간 부진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멈추고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주요 업종대표주 펀드의 수익률에도 제동이 걸렸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한국대표그룹주자’는 지난 18일 이전 한 달간 2.96%의 손실을 봤다. 조사 대상 824개 주식형 펀드의 이 기간 평균 수익률(-1.92%)에 못 미쳤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기아차 등 업종별 대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다른 업종대표주 펀드들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미래에셋5대그룹대표주1’은 3.14%,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1’은 2.01%의 손실을 봤다. 최근 중소형주 랠리에 힘입어 큰 폭의 수익을 내고 있는 중소형주펀드의 선전 양상과는 대조적이다. 중소형주 펀드는 최근 1개월과 3개월 동안 각각 3.93%와 13.57%의 수익률을 올렸다. 에프앤가이드의 9개 국내 주식형 펀드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외국인 자금 유입 둔화가 배경


업종대표주 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둔화된 데는 외국인 자금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이 주춤해진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82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9월 한 달간 2조9383억원어치를 사들인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200 등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에 그 비율대로 투자하는 ‘인덱스 투자’를 많이 한다. 이에 따라 업종 대표주를 포함한 코스피200지수 구성 대형주들이 외국인 자금 유·출입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

업종 대표주들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글로벌 유동성랠리 때는 최근 한 달간과 달리 높은 성과를 냈었다.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1의 경우 1~3월에 10.39%의 수익을 올려 이 기간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10.06%)을 앞섰다.

○추세 반전 가능할까전문가들은 “최근 한 달간 이어진 조정으로 업종대표주의 밸류에이션이 매우 낮아져 조만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업종대표주 펀드의 수익률도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종 대표주인 현대차의 경우 올해 순이익 전망치로 계산한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5.6배 수준이다. 최근 4년 평균(9.5배)은 물론 역사적 하단(5배)에 근접해 있다.

일각에서는 철강 화학 조선업종 등은 업황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앞으로도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업종대표주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무작정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종대표주 펀드의 투자금 중 일부를 환매해 투자 종목의 실적이 대부분 괜찮은 삼성그룹주펀드 등으로 갈아 타는 것도 대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