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도시 재생'을 대선공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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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신 건설부동산부장 yspark@hankyung.comD-60일. 2012년 대선이 딱 두 달 남았다. 후보 간 초박빙 판세가 이어지고 있다. 승부예측이 어려운 스포츠경기처럼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앙꼬 없는 찐빵’처럼 뭔가 허전하다. 국가의 미래 비전과 경영전략이 담긴 공약들이 안 보여서다. 정치·경제·외교 등을 아우르는 국가비전 공약도 취약하지만, 국토 및 도시관리에 대한 비전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경기불황 못지않은 ‘공약 불황’이다.
이번 선거에서 ‘공약 부재’가 특히 두드러진 분야가 건설·부동산 분야다. 역대 선거에는 4대강 사업, 신도시 개발 등 당락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개발·건설공약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엔 약속이나 한듯이 공약을 자제(?)하고 있다. 공약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하우스푸어 대책 정도가 잠깐 언급됐을 뿐이다.늦출 수 없는 도시정비전략
전문가들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주택·부동산시장 패러다임에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요즘 주택시장은 1~2인 가구 급증과 주택 선호도 다변화, 지역별 공급과잉, 주택수급 불균형 해소, 실버세대 증가 등 선진국형 양태에 경기 불황까지 겹쳐 복잡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보급률(102%)도 높아지고, 수급불균형도 해소단계에 들어서고 있어서 시장경쟁체제를 갖추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정치권과 정부가 선진국처럼 도시·건축문화에 시선을 돌릴 때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는 도시·건축·건설정책마저도 부동산정책으로 불리고 통용됐다. 도시 전체를 거대한 ‘부동산 덩어리’쯤으로 인식해 온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100년 대계 차원의 도시재생’이 공약으로 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도시재생은 노화되는 전국의 도시를 21세기에 맞게 재정비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2020년에는 3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가 300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현재(130만가구)의 세 배 가까이 급증한다. 반면 신축 주택은 수요 감소와 주택보급률(현재 102%) 상승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새집보다 헌집이 더 많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국가적 차원서 접근해야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들은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중앙정부 산하 전담기구를 설치해 국가적 차원의 도시재생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여기에 맞춰 도시재생계획을 세운다. 중앙정부는 지자체들의 도시재생을 지원·조율해 나간다. 한국은 2010년 국토해양부 산하 건설교통 기술평가원 내에 도시재생 사업단을 개설한 수준이다. 국가 차원의 도시재생정책은 대부분 국민소득 2만달러 정도에서 시작된다. 도시정비 자체가 포괄적 국민복지 개념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민간자본에 의지해 단편적으로 진행돼온 도시재생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장기침체에 빠진 주택·부동산시장 불황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책이기도 하다.
주거지역 재정비가 ‘집 평수 늘리는 재테크 개념’을 뛰어넘어 전통·역사·문화를 새롭게 담는 도시를 만든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잘 정비된 동네와 신도시, 재개발구역은 당연히 집값도 오른다. 관광지가 되기도 한다. 인식 전환과 제도 정착이 없이는 파리 라데팡스, 일본 롯폰기·미드타운·미나토 미라이21 등을 영원히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대선후보들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활력을 주고, 국가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는 도시재생을 공약에 담을 것을 제안한다.
박영신 건설부동산부장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