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둠의 경고 "재정벼랑 수준 뛰어넘는 재정그랜드캐니언 온다"

“재정벼랑이 아닌 재정그랜드캐니언(fiscal grand canyon)이 온다.”

‘닥터 둠’(비관론자)으로 불리는 투자전문가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사진)은 2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그랜드캐니언은 미국 애리조나주 콜로라도 강이 고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곳에 형성된 대협곡이다. 경제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말이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들의 빚이 계속 늘어나 앞으로 5~10년 안에 체제 붕괴 등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버 회장은 선진국의 정치시스템 때문에 부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선거를 보름 앞둔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재정적자가 매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미국과 유럽의 관료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비대한 관료체제가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 정부 규모를 50% 줄이면 경제가 즉시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선 극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미국과 유럽 모두 거대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 전략과 관련해 파버 회장은 “중국과 일본 증시에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태국 증시가 2009년 저점에서 250%가량 올랐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증시도 비슷한 폭으로 상승했지만 중국 증시는 2007년 6000선에서 최근 2000선으로 떨어졌다”며 “중국과 일본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 증시는 당분간 조정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버는 “유럽 주식은 더 이상 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그는 유럽 증시에 투자할 때라고 주장했다.파버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재정벼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증시가 4분기 재정벼랑에 대한 우려로 급락할 것이란 경고를 내놓았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벼랑 우려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은 미국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라며 “재정벼랑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비스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 전략가는 “미국 의회가 재정벼랑 문제를 연내 해결할 가능성은 30% 정도”라며 “투자자들은 대선 이후에야 재정벼랑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재정벼랑

fiscal cliff. 미국에서 감세 혜택 종료에 따른 세금 인상과 정부의 지출 삭감 탓에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수단이 뚝 끊기는 현상. 미국 의회예산국은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을 병행하면 내년에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경제 성장은 위축된다고 분석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재정벼랑이 닥치면 통화정책으로도 경기를 부양할 수 없다고 주장해 이슈가 됐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