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연 뉴욕한인회장 "돈 줄테니 기림비 철거하란 日에 분노…"

나눔의집 찾은 한창연 "뉴욕 한복판에 '위안부 길' 만들겠다"

도로명 변경안 뉴욕시에 제출
"추모 우표 계획도 일본이 방해…무슨 일 있어도 우표 나올 것"
“돈을 줄 테니 위안부 기림비를 철거하라는 일본의 만행을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지요. 뉴욕에 ‘위안부 길’을 만들고 미국 곳곳에 기림비를 세울 계획입니다.”

23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 미국 동포들이 찾아왔다. 한인회 홍보와 국내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 확대를 위해 한국을 찾은 한창연 뉴욕한인회장 등 한인회 회원 10여명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 방문했다. “지난 5월 미국 내 첫 위안부 기림비가 뉴저지주 펠리세이즈파크시에 세워지자 일본 총영사와 의원들이 찾아와 시 재정을 지원해주겠다며 철거를 요구했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동포사회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생각했지요.” 이후 한인회는 모금운동을 통해 뉴욕 나소카운티와 뉴저지 버겐카운티에 잇달아 기림비를 만들었고 내달 9일 뉴저지주에 또 하나의 기림비를, 내년 2월께 뉴욕 플러싱에 ‘6·25전쟁 유엔 참전용사 추모비’를 세울 예정이다. 한인회는 특히 기존 기림비에 새겨져 있는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표현 대신 일본 정부가 사용을 꺼려왔던 ‘성노예(sexual slavery)’라는 직설적인 단어로 바꿔 표기할 계획이다.

플러싱 유니언스트리트 도로명을 ‘위안부 길’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 회장은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유니언스트리트 이름 변경안을 최근 뉴욕시에 제출했다”며 “내년 2월 변경안이 통과되면 뉴욕 한복판에서 400여m에 이르는 ‘위안부 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러싱에는 약 15만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6월 화제가 됐던 ‘위안부 추모 우표’ 발행 계획과 관련한 뒷이야기도 전했다. “우표 발행 계획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계약을 맺은 우표 발행회사가 갑자기 계약을 취소했어요. 착수금까지 받은 상태에서 취소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일본 쪽에서 압력이 들어간 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다른 회사에도 의뢰를 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거절하더군요.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추모우표는 발행할 겁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만난 소감을 물었다. “‘부당한 역사’라는 생각을 머리속으로만 해왔는데 할머니들 손을 잡아보니 가슴이 저렸습니다. 미국 사회에 위안부 피해를 적극 알리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