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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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밝힐수 없어"천영우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김정일 대화록’을 “본 적이 있다”고 25일 밝혔다.
천 수석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주장한 ‘노무현·김정일 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대화록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천 수석은 대화록을 본 시점에 대해 “수석으로 부임해 얼마 안된 시점으로 2년 전”이라면서 구체적 내용을 봤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 읽어봤다”고 확인했다. 그는 “(제가) 본 것은 국가정보원이 보관하고 있는 (남북정상의) 대화록으로, 비밀로 분류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북 정책을 담당하는 관련 장관이나 (청와대)수석은 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 수석은 그러면서도 여당 의원들의 당시 대화록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품격과 관련된 문제”라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대화록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비밀로 국정원이 관리를 하고 있고, 이것이 공개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 대화록에 노 전 대통령이 NLL을 부정한 대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내용을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비밀이니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천 수석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여야 의원들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여러 정황상 보면 노 전 대통령은 분명히 NLL을 포기한다는 말을 했을 개연성이 극히 높다”며 대화록 공개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ㆍ일회담 당시 ‘김종필ㆍ오히라 메모’는 60년간 기밀로 분류됐고 류우익 통일장관은 ‘재직 중 일은 말하지 않는 게 공직자 윤리’라고 했다”며 “천 수석이 대화록을 본 적은 있는 데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는 건 정치인들이 쓰는 용어”라고 비판했다.
하금열 대통령실장은 “그 내용이 우리 영토를 양보하거나 포기한다는 내용이라면 여야 합의하에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김기현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여야가 이 부분에 대해 합의하면 법에 따라서 보는 것도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