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 또…대통령 아들 의혹 '나쁜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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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아들 시형씨, 특검에 피의자신분 출석정권 말기마다 대통령의 아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되는 ‘나쁜 전통’이 또 재현될까.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팀(이광범 특별검사)은 25일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4)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역대 전·현직 대통령의 자녀 가운데 검찰에 소환되거나 특검 조사 대상에 오른 적은 있지만, 현직 대통령 아들의 특검 소환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철·홍업·홍걸씨 등 이어 배임·부동산 실명제위반 혐의
14시간 조사…자정넘어 귀가
시형씨 "최대한 소명했다"
시형씨는 이날 오전 10시10분께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동문 건너편 헤라피스빌딩의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왜 명의를 빌려줬나’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형씨는 “안에서 성실히 답하겠다”고 말한 뒤 곧장 5층 영상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국내외에서 4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특검 사무실 주변은 북새통을 이뤘다. 특검팀은 시형씨를 상대로 배임과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 늦게까지 조사했다. 배임의 경우 지난해 5월 내곡동 땅 9필지를 청와대 경호처가 대통령실과 시형씨 공동명의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그가 땅값 54억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9억9097만원을 부담해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11억2000만원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대통령실에 떠넘기면서 국가에 8억7097만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대목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시형씨가) 차분하게 조사에 임했다”며 “부지 계약을 맡았던 경호처 소속 김태환 씨 등과 가격 결정에 대해 논의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가격 결정과정에 시형씨가 개입했다면 배임죄의 공동정범 책임을 질 수 있다.
특검팀은 부지의 실질적 소유주가 시형씨인지 이 대통령인지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시형씨는 지난 4월 검찰의 서면조사에서 일단 자신의 명의로 내곡동 부지를 매입한 뒤 나중에 이 대통령으로 명의자를 돌리자는 아버지의 말을 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대로라면 시형씨는 이름만 빌려줬고 실제론 이 대통령이 돈을 빌려 땅을 매입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경우 명의신탁이 돼 시형씨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시형씨는 14시간여에 걸친 조사를 마친 뒤 26일 오전 0시35분께 귀가했다. 그는 취재진에 “성실히 답했으며 할 수 있는한 최대한 소명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재소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시형씨의 이날 소환으로 역대 정권 말기 대통령 자녀들의 불행한 전례가 또다시 이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현철씨는 기업인들에게서 66억원을 받고 12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1997년 구속기소됐다.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말 때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홍업씨는 2002년 7월 20억원의 불법자금 수수 등의 혐의로, 셋째 홍걸씨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36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는 미국 아파트 매매대금 중도금을 신고하지 않고 불법 송금한 혐의로 지난 8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