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대 '송금조 기부금 분쟁' 부산대 최종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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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나머지 110억 내라"300억원대 기부금 사용처를 놓고 송금조 (주)태양 회장(88·경암교육문화재단 이사장·사진) 부부가 부산대와 벌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부산대 "당장 돈 받기는 부담"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송 회장 부부가 “기부금을 원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부산대에 나머지 기부금 110억원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부산대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25일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재단 설립 등으로 재산 사회환원에 나섰던 송 회장은 부산대의 “양산캠퍼스 부지 대금 등을 기부해 달라”는 청을 받고 2003년 10월 당시 개인 기부금 사상 최고액인 305억원을 기부하기로 했고, 수차례에 걸쳐 이 중 195억원을 냈다. 당시 약정서에는 기부금 용도가 ‘부산대캠퍼스 건설 및 연구지원기금’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송 회장의 부인인 진애언 재단 이사(67)가 ‘기부금이 원래 용도인 양산캠퍼스 부지 매입 등에 쓰이지 않고 있다.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면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 2007년 기부금 전달을 중단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부산대는 195억원 중 150억여원을 학술연구비 조성, BK21사업 대응투자, 교수연구동 건립 등에 사용한 상태였다. 항의를 받은 부산대는 송 회장 부부의 기부금 대부분을 다시 캠퍼스 부지 대금으로 지급되도록 조치하기도 했으나, 송 회장 부부는 “기부금을 원래 뜻과는 다른 용도로 쓴 부산대에 더 이상 기부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2008년 7월 소송을 내게 됐다. 반면 부산대는 “기부를 받기로 했을 때 용도를 캠퍼스 부지 대금뿐 아니라 연구지원기금까지로 정한 것인데, 말을 바꾼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기부 약정 당시 용도가 연구지원기금까지 포괄된 점에 따라 부산대가 송 회장 부부의 기부금을 맞게 썼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며 “기부금을 캠퍼스 부지 대금으로 써야 한다는 송 회장 부부의 요구에 따라 2008년 8월까지 부산대가 다른 기금과 예산을 활용해 부지 대금으로 192억여원을 사용하는 등 기부자의 의도에 부응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송 회장 부부는 미지급한 나머지 기부금 110억원을 부산대에 출연해야 한다. 1심과 2심도 당초 기부금 용도가 캠퍼스 부지 대금으로만 특정됐다고 볼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왔다.
부산대 관계자는 “소송에서 이겼다고 거액 기부자에게 당장 돈을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