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죽어야…" 40대 부장판사 막말

66세 증인 애매한 진술에 격앙
대법원장 "심려 끼쳐 송구"

40대 부장판사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60대 피해자에게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막말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25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3시께 이 법원 A부장판사(45) 심리로 사기 및 사문서 위조사건에 관한 재판이 열렸다. 당시 재판의 쟁점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 사건의 피해자 B씨(66)가 돈을 빌려주면서 피고의 신용을 믿은 것인지, 피고가 내세운 다른 명의자의 신용을 믿은 것인지 여부였다.

그러나 고령인 B씨의 진술은 모호했고, 중간에 여러 번 말이 바뀌기도 했다. 이에 A판사는 직권으로 직접 신문에 나섰지만 B씨 진술이 여전히 불분명하자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지법 관계자는 “판사 앞 마이크가 켜져 있었고, A판사가 다소 격양된 상태라 작은 목소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판사는 논란이 불거지자 “혼잣말을 한 것이었지만 부적절한 언행으로 증인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선 깊은 유감”이라고 법원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판사는 24일 법원장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았다.

A판사의 막말 논란과 관련,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이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증인에게도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또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사건 경위를 철저히 파악하라고 지시하고 해당 사건을 다른 판사에게 재배당하도록 했다.

하헌형/이고운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