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2] 브라운 "대학과 부모, 바보 온달 잠재력 알아볼 평강공주 돼야"

실용음악 교육의 메카 버클리음대

제2의 마이클 잭슨
亞 등 새 문화권서 나올 것…싸이 보니 가능성 보여
기타 연주 잘하는 것 보다 자기만의 색깔 내는게 중요
서문탁 "학교 주변 숙소는 재즈가 울려퍼지는 공연장"

“저의 세 아이가 어렸을 때 영어로 번역된 동화책을 자주 읽어줬는데 그중 가장 좋아하던 책은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라는 번역서였어요. 센스 있고 용감한 평강공주는 남들이 다 손가락질하던 바보 온달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시와 글씨, 무예 등을 가르쳤죠. 한국의 부모와 대학도 의사, 변호사 등 전통적인 진로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평강공주처럼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을 알아볼 혜안이 필요합니다.”

로저 H 브라운 버클리음대 총장은 25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2’의 특별세션 ‘실용음악 교육의 메카, 버클리음대’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와 “버클리음대의 성공은 서로 다른 문화와 개성을 인정하는 자유로운 DNA에서 온 것”이라며 “질서 정연하게 정돈된 영국식 정원이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갈 수 있는 아마존 정글을 만들어주는 게 창의 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총장은 주제발표에 앞서 준비해온 영상과 음악 퀴즈로 세션의 문을 열었다. 영화 ‘양들의 침묵’ ‘반지의 제왕’ 등의 음악을 작곡한 하워드 쇼어, 에미넴과 닥터 드레 등 힙합 음악가들과 공동작업을 해온 드완 파커, 기숙사에서 만든 1집 앨범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 지난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재즈음악가 최초로 신인상을 받은 에스페란자 스팔딩 등 버클리 졸업생들의 학창시절과 현재의 활동 모습을 보여주고 음악도 함께 들려줬다. 2NE1의 박봄과 싸이(중퇴)가 화면 속 버클리 동문으로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크게 환호했고,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등장하면서 강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버클리음대는 재즈와 블루스 장르를 기본으로 1954년 설립됐다.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버클리 졸업생들은 영국과 미국의 영화와 음악시장을 장악했다. 브라운 총장은 “다른 학교들이 클래식 음악을 기본으로 기성 세대의 음악을 계승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버클리음대는 재즈와 블루스라는 자유로운 장르에 초점을 맞춘다”며 “재즈는 어떤 아이디어, 어떤 장르와도 융합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천후 음악 인재’를 만드는 데 용이하다”고 말했다.

주제발표가 끝나자 객석에서 버클리음대 입학절차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기타를 얼마나 훌륭하게 연주하느냐보다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가장 중시한다”며 “아무리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더라도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면 스티비 원더나 밥 딜런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마다 44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재능 있는 음악 인재들을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브라운 총장은 “싸이가 유튜브 조회수 5억건 이상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만 봐도 제2의 마이클 잭슨은 유럽과 미국이 아닌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새로운 문화권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세션은 버클리음대 한국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가수 최성수 씨가 좌장을 맡고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 겸 제54회 그래미상 베스트 엔지니어상 수상자, 가수 서문탁 씨, 김연정 SM엔터테인먼트 전속 작곡가 등 버클리음대 졸업생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강연장 내 200석이 넘는 좌석이 꽉 차 들어오지 못한 청중은 양쪽 복도와 문 밖에 서서 보는 등 창의 교육에 관한 뜨거운 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가수 서문탁 씨는 “버클리음대 주변 아파트는 록, 재즈 등 장르를 불문한 공연이 매일 밤 열리는 또 하나의 공연장”이라며 “한국에서 10년간 3000번이 넘는 무대에 서봤지만 버클리음대의 실습 몇 번으로 모든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브라운 총장은 “서문탁을 처음 봤을 때 로큰롤의 에너지가 엄청나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세계시장이 주목해야 할 음악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덕담으로 화답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버클리음대에서 음악 프로듀싱과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황 대표는 “현장 실습 수업이 잘 돼 있어 학창시절 안드레아 보첼리, 보스턴 심포니 등 톱 클래스의 음악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켄지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연정 작곡가는 “이론과 실기가 균형을 맞춘 버클리음대의 교과 과정은 따라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실제 음악 분야에서 일하면서 뿌리를 탄탄하게 만들어 줬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세종과학고 학생들과 채원석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황은미 커리어컨설턴트협회장 등 청중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미처 질문을 하지 못한 청중들은 세션이 끝난 후 복도에서 강연·토론자들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진 촬영을 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김보라/은정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