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부동산 매각 '지원 사격'

안팔리는 건물용도 변경 해주고…매입했다 손해보면 보전도

국토부, 강력한 매각 대책 추진
건물 수익성 높아져 거래 '숨통'
정부가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빌딩·토지 등 부동산(종전 부동산)이 잘 팔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섰다. 부동산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매각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자산 매각을 통해 사옥 신축 등 이전 준비를 해야 하는 공기업들은 재정난이 심화될 수 있다.

용도가 제한적인 건물일 경우 용도변경 등을 해주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매입할 경우 손실보전을 해주는 등 강도 높은 매각대책이 추진된다. ○정부 산하기관 부동산 매각 ‘저조’

2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방 이전 공공기관 86곳의 매각 대상부지는 119건이다. 이 중 49%인 58건의 토지가 매각됐다. 전체 물건 중에 국토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소속기관 토지는 46건(3조9000억원)이고, 39건(3조6000억원)이 팔렸다. 하지만 LH 도로공사 등 정부 산하기관은 전체 73건(6조8000억원) 중 19건(1조1000억원)만 팔려 매각실적이 저조한 상태다.

한편 매각이 확정된 58건의 땅 중에 민간이 매입한 것은 17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LH,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이 떠맡았다.정부 산하기관의 매각은 더욱 저조한 상황이다. 현재 입찰공고를 진행 중이거나 유찰된 물건이 25건, 공고를 준비 중인 부동산이 8건, 내년 이후 매각예정인 물건이 21건이다. 정부 산하기관 부지가 안 팔리는 이유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다 해당 토지들의 상품성이 낮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은 자체적으로 사옥을 팔아 신청사 건설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나 매입 공공기관의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산하기관의 매각 부진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매각대책 추진…숨통 트일 듯국토부는 이날 열린 제7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지방이전 부동산 매각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입찰 등을 통해 팔리지 않는 부동산은 LH, 캠코 등 혁신도시특별법상 매입기관이 사주도록 했다. 매입했다기 손해가 나면 이전 공공기관이 보전해주는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입을 해주어야 할 공공기관들의 경우 그동안 손실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매입을 꺼려왔다”며 “이번에 손실보전이 나온 만큼 부동산 매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학교 연구시설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도시기반기설) 용도로 지어진 물건들의 경우 수익성이 낮아서 매각이 부진하다고 보고, 용도변경(도시계획시설 변경)을 허용키로 했다. 국토연구원(안양) 빌딩과 한국식품연구원(성남), 한국해양과학기술원(안산) 등이 교육연구시설로 지어진 탓에 쉽게 팔리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이들 부동산을 오피스·병원 등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 변경해주기로 했다. 용도변경 등 규제완화에 따른 수익은 지자체와 이전기관의 협약을 거쳐 지자체가 환수토록 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다음달 중 이전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합동 워크숍을 개최하고 12월 중 이전 공공기관의 신청을 받아 매각대상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도시계획시설 변경 등의 용도변경이 매각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관리업체인 글로벌PMC의 김용남 대표는 “연구시설을 일반 빌딩과 오피스텔 등 상업용 건물로 쓸 수 있게 해준다면 투자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