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국물 라면, 흰국물에 밀리더니 … '독기' 품었다


불황에 매운맛 제품 인기
'더 빨갛고, 매운' 제품 잇따라 출시

'불황에는 매운 음식이 잘 팔린다'는 속설을 입증하듯 매운맛 제품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올 들어 유통업계에는 청양고추보다 20배 매운 하바네로 고추를 사용한 라면, 베트남산 고추를 넣어 일반 제품보다 3.5배 매운 고추장까지 등장했다.30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 들어 매운맛 제품의 매출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매운맛ㆍ아주 매운맛ㆍ무진장 매운맛으로 매운 정도를 구분한 이마트 PL(자체 브랜드) 고추장은 매출 비중이 2010년 25 대 40 대 35에서 올 1~10월 4 대 6 대 90으로 바뀌었다. 무진장 매운맛 고추장의 매출 비중이 대폭 증가한 것.

순한맛ㆍ중간맛ㆍ매운맛 등으로 매운 정도를 3단계 나눈 카레류의 경우 지난해 매출 비중이 30 대 35 대 35에서 올 1~10월 24 대 31 대 45로 매운맛 제품의 판매가 급증했다.스낵류 중에서도 매운 새우깡, 매운맛 양파링, 떡볶이연구소(매운맛ㆍ무진장매운맛) 등 매운맛을 강조한 제품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146%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히트상품이었던 하얀국물 라면의 매출은 줄어든 반면 매운맛을 강조한 빨간국물 라면의 매출이 상승하는 추세다. 대형마트에선 매운맛 라면 제품이 순위권을 모두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 빨간국물 라면인 농심 '신라면'은 지난해 12월 점유율이 14.3%로 떨어졌지만 올 8월 15.4%로 상승했다.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은 4.8%에서 5.1%로 올랐다(AC닐슨).유통ㆍ식품업체들은 이런 수요를 반영해 '더 빨갛고, 매운'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삼양식품과 손잡고 청양고추보다 20배 매운 멕시코산 하바네로 고추를 원료로 한 '도전 하바네로 라면'을 선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중 하나로 알려진 하바네로 고추를 사용해 매운 맛을 낸 라면은 처음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제품은 매운맛을 표기하는 기준인 스코빌지수(SHU)가 5930SHU으로 신라면(2059SHU)보다 2.8배 이상 맵다.

이마트는 기존에 판매하던 고추장보다 한 단계 더 매운맛 고추장도 내놨다. 이번에 출시한 '화성인도 울고갈 매운 고추장'은 베트남산 고추를 사용해 일반 고추장보다 3.5배 이상 맵다. 스코빌 지수는 3000SHU을 넘는다. 오뚜기는 기존 라면제품인 '열라면'의 매운맛을 강화했다. 이 회사는 기존 제품에 청양고추보다 3배 가량 매운 하늘초 고춧가루를 2배 이상 더 넣어 리뉴얼했다. 스코빌지수는 기존 2110SHU에서 5000SHU 수준으로 대폭 올렸다.

편의점 GS25도 매운맛을 강조한 불황형 라면, '공화춘-아주매운짬뽕'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매운 음식이 당기는 이유는 고추의 캡사이신이 뇌 신경을 자극해 엔도르핀이 나오기 때문'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면서 "최근 불황으로 스트레스 받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매운맛 제품의 매출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