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1 상담으로 중국서 통할만한 사업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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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창업 원정대 떴다 (下) '창업 블루오션' 중국
강의부터 투자상담까지 전문가들 노하우 전수
사회주의 특성도 파악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요.” “중국에서도 잡지를 출판할 생각인가요.” “내자기업을 통하는 게 유리하니 파트너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10월4일 오전 10시 중국 최고 창업보육센터의 하나인 상하이 장장하이테크파크. 한국 창업기업인 링크아시아의 조윤호 사장(28)이 프레젠테이션(PT)을 마치자 질문공세가 시작됐다. 회계법인 딜로이트 현지 사무소에서 나온 세무회계 전문가 5명은 질문들을 쏟아냈고 조 사장은 답변하느라 진땀을 뺐다. 답변이 끝나자 회계사 탕이엔첸 씨는 링크아시아가 중국에서 창업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것들을 다시 한번 짚어줬다. 조 사장은 “평소 궁금했던 점은 물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창업의 궁금증까지 해결했다”며 전문가 조언이 빼곡히 적혀 있는 보드판을 카메라로 통째로 찍었다.
○전문가 1 대 1 컨설팅
링크아시아를 비롯해 중국에서 보육 과정을 소화하고 있는 창업기업은 아이미디어, 미앤연북스, 페이스애드, 만나컴퍼니, 꿈꾸는청춘, 지오소프트웨어, 알피노 등 총 8개사다. 연수 성적을 토대로 중간평가를 통과, 기본기를 인정받은 곳이다. 연수가 ‘총론’이라면 보육은 ‘각론’이다. 각사가 속한 산업군에서 실제 창업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분야별 전문가들이 1 대 1로 꼼꼼하게 지도한다. 이날 강의에 앞서 현지 유명 로펌이 준비단계별로 구체적인 법인 설립 절차와 방법을 자문하며 각종 법률 이슈를 해결해줬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현지 특수성을 감안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에 대해 훈수를 뒀다.
린드먼인베스트먼트의 김진하 사장은 “해외 창업 자체가 어려운데 특히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더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며 “전문가들이 밀착해 맹점을 짚어주기 때문에 창업에 속도가 붙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200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중국 및 아시아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VC)로 중국 보육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시장이해·네트워킹·실전경험”같은 날 오후 2시. 보육센터와 승용차로 30분 떨어진 린드먼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 들어서자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한 중국인이 한국에서 온 창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전 투자 미팅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현지 엔젤펀드 청송기금의 동쟌빈 투자 담당 사장이 방문한 것. 청송기금은 현지 굴지의 음원 회사 회장이 주축이 돼 몇몇 기업인들이 출자한 펀드다. 초기 기업에 2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펀드인데 한국의 창업기업들이 왔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창업기업들과 8차례에 걸쳐 개별 미팅을 가진 동쟌빈 사장은 “한국 스타트업과 투자 상담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대 이상으로 준비가 많이 돼 있어 한두 기업과는 2차 미팅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2차 미팅이 유력한 지오소프트웨어의 김형준 사장은 “개별 창업기업으로선 만나기 힘든 유명 펀드와 1 대 1 미팅을 한 것만으로도 흥분된다”며 “투자자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청송기금에 이어 미국 VC인 실리콘밸리뱅크(SVB)와도 투자 상담을 벌였다. 이렇게 오전 강의, 오후 실전 투자 상담회 등의 일정이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것은 물론, 현지 VC 및 파트너기업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박해준 아이미디어 사장은 “혼자서 중국 시장을 이해하려면 하세월이 걸렸을 것”이라며 “막연함이 희망으로 바뀌면서 중국 창업에 최적화된 맞춤형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경선 캠퍼스비타민 사장은 “중국 유학 생활만 7년이 넘었는데 지금은 전혀 새로운 중국을 보는 느낌”이라며 “당초 계획보다 두 달 앞당겨 법인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들 창업기업은 10월 말까지 보육과정을 소화한 후 11월1일 최종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 창업을 지원할 VC와 엔젤펀드 등에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상하이=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