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에너지 혁명 온다] "中 셰일가스 본격 생산하면 한국 '차·화·정' 위기 맞을수도"

셰일가스 개발 컨퍼런스

셰일가스 석유의존 산업, 가스로 대체
車·조선·철강 산업까지 파급

가스 부존량 250년 남아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늦어져

“중국이 셰일가스를 본격 생산하면 포스코도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30일 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셰일가스 정책 좌담회-셰일가스가 미래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가스 개발 바람이 중국으로 옮겨 붙으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물론 철강, 조선 분야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에틸렌 생산 기준 석유에 비해 t당 500달러 정도 가격 우위를 갖는 가스가 각종 발전은 물론 철강산업의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 한국의 전통 산업들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좌담회엔 허천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석유지구시스템공학부 교수를 비롯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장, 허수영 호남석유화학 사장, 양영명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장 등이 참석했고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 사회를 맡았다.김도연 위원장은 “셰일가스 혁명에 대비해 에너지 관련 기초 연구·개발(R&D)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필요가 생겼다”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줄여서는 안되겠지만 화학, 소재 분야인력 양성 등에도 힘을 쏟는 등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규재 실장=셰일가스가 전통적인 가스와 무엇이 다르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허수영 사장=전통가스와 성분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셰일가스를 채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김도연 위원장=200년 전 석탄을 이용한 증기기관차가 개발되며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100년 후에는 석유를 활용한 자동차가 나와 변화를 가져왔고 이제는 셰일가스가 새로운 에너지 혁명을 불러오고 있다. 고체에서 액체로 변화했고 이제는 기체로 에너지 산업의 중심이 바뀌고 있다.

▷양영명 원장=5월 기준 북미의 에틸렌 제조원가는 t당 354달러 수준이다. 저렴한 셰일가스를 원료로 사용한 덕분에 석유(나프타)를 기반으로 제조할 때보다 원가를 30% 수준까지 낮춘 것이다. 엄청난 원가 경쟁력을 가진 게 셰일가스의 힘이다.

▷정 실장=셰일가스 부존량이 200년이 넘는다는 예측도 있다.▷양 원장=자원 부존량을 기준으로 석유는 30년, 석탄은 110년, 가스는 60년 남았다고 봤는데 최근 발표에선 가스의 부존량이 250년으로 늘었다. 그 중 120년은 셰일가스가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실장=셰일가스는 시추와 개발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허 사장=천연가스는 수송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지역에 따른 가격차도 크다. 미국에선 3~4달러인 천연가스가 한국이나 다른 곳에선 17달러까지 올라가는 등 편차가 크다. 수송비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저렴한 원가를 이용하려면 미국 등 현지로 가서 직접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데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여건이다.▷정 실장=셰일가스가 활용되면서 미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위축된다는 평가가 있다.

▷허천 교수=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상당히 위축되는 것 같다. 가스가격이 떨어지면서 전력가격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이후 미국 안에서 뚫은 가스정만 30만개가 넘는다. 100만Btu당 10달러 넘던 가스 가격이 한때 2달러까지 내려갔다.

▷정 실장=미국이 자원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뀔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가. 그러면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와 지정학적 관심이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은가

▷김 위원장=단기적으론 석유와 셰일가스는 서로 보강하고 보완하는 관계다. 석유가 나왔어도 석탄을 계속 사용하듯 완전 대체하는 게 아니다. 서로 경쟁하면서 에너지 가격 전반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미국 내 철강, 화학 산업이 저가의 셰일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면서 부활하고 있는 걸 주목해야 한다. 철강 분야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으로 가스 원료를 사용하게 되면 미국, 중국도 엄청나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중국이 셰일가스를 본격 생산하게 되면 포스코도 걷잡을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허 사장=셰일 가스가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에서 나오는 가스 기반 에틸렌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남미, 유럽에 영향을 주겠지만 동아시아까지는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나프타를 기반으로 한 아시아 석유화학산업은 가스 공정에서 나올 수 없는 제품(부티디엔, 벤젠 유도품 등)을 통해 반사이익도 볼 수 있다. 다만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셰일가스를 생산하게 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양 원장=중국의 위협이 가장 큰 것은 맞지만 다행히 본격 생산하는 데까지는 10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를 생산하려면 물이 많이 필요한데 중국에 셰일가스가 매장된 장쑤성 등지는 물이 부족한 지역이다. 또 생산한 가스를 운송할 사회적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허 교수=중국에서는 물을 대체할 수 있는 셰일가스 시추법을 찾고 있다. 미국도 거품을 이용해 물 사용량을 줄인 시추 기술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중국의 셰일가스 개발이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

▷허 사장=일본처럼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을 육성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t당 1000달러 수준의 제품이 아니라 ㎏당 1000달러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석유화학 분야 수직계열화가 잘 된 장점을 살려 정밀 소재 등 고부가가치 기술로 사업 기반을 넓혀야 한다.

정리=김태훈/은정진 기자 taehun@hankyung.com ■ 셰일가스

지표 2~4㎞ 아래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셰일암에서 채굴되는 가스. 셰일층 위의 딱딱한 암석에 갇혀 있어 그동안 사용이 제한됐지만 수평으로 암석을 뚫는 수평 시추, 물과 모래를 이용해 암석에 균열을 내는 수압파쇄 등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서 활용가치가 높아진 자원이다. 추정 매장량은 약 1500억t 이상으로 전 세계 인구가 60~120년가량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