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반기 공채 해봤더니…인사팀서도 '깜짝'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동생과 함께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고등학교 입학 후 암을 선고받았다. 항암치료가 시작되면서 거부반응으로 쉽게 잠들지도 먹지도 못하는 힘겨운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나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 마침내 암을 이겨냈고, 학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결과 4년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이제는 테니스, 복싱, 택견 등 다양한 스포츠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아마추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회로의 첫 발을 막 내딛으려 한다"삼성그룹이 올 하반기 저소득층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한 한 사원의 이야기다. 삼성은 올해 '함께 가는 열린채용'을 도입해 하반기 3급 신입공채에 이를 첫 적용했다. 지방대 출신을 35%까지 확대하고 저소득층 가정의 대학생에게 채용규모의 5%를 할당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하반기 3급 신입사원 공채에서 선발된 4500명 중 36%인 1600명은 지방대 출신이다. 5%인 220명은 기초생활 및 차상위 계층 가정의 대학생들이다.

삼성은 특히 저소등 가정의 학생들 중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전국 대학에서 620명의 학생을 추천받았다. 채용담당자들이 직접 일부 대학을 방문해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한 뒤 병원비를 내느라 진 빚으로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목욕탕 청소, 정육점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며 학업을 병행한 학생,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한 쪽 시력을 잃은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매일 자정까지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벌면서도 학업의 끈을 놓치 않은 학생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지원해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삼성 관계자는 "강한 의지와 노력으로 주어진 환경을 극복해 낸 이들이 많아 회사에서도 놀랐다" 며 "이들의 값진 경험이 향후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 관계자 외에 저소득층 특별채용 지원자를 알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했고 입사 후에도 신입사원과 동일한 지원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또 지방대 출신이 적극적으로 공채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난 8월부터 대전, 부산, 광주 등 3개 도시에서 26개 회사가 참여하는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20개 회사는 전국 주요 지방대학을 방문해 회사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지방의 채용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이번 공채에 지원한 지방대 학생은 전년 대비 5000명 이상 증가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방대 출신 채용확대를 통해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출신의 구성원들이 시너지를 발휘하고, 대외적으론 출신지역에 차별이 없는 공정한 채용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채용에서는 여성인력의 비중도 30% 이상으로 확대됐다. 공채에서 여성에 대한 채용 비율을 별도로 할당하지는 않았지만 능력을 갖춘 여성지원자를 적극 선발한 결과 전체 인원에서 32%까지 여성인력이 늘어났다. 삼성은 올해 추가 고용하기로 한 장애인 600명을 이달 말까지 채용할 예정이며, 연말까지 더 많은 장애인을 선발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