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믿을건 '수출'뿐…넉달만에 상승 반전

10월 수출입 동향

중남미 석유수출 두배 늘어…경제 기여도 갈수록 확대
9개월째 무역수지 흑자
유럽 시장 침체, 원화 강세 등 대외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수출이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투자와 소비 감소로 올해 2% 초반대의 경제 성장 전망이 나오는 등 내년까지 ‘L자형’ 침체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수출이 성장률 추락을 막는 유일한 버팀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0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471억6100만달러, 수입은 1.5% 늘어난 433억6100만달러로 올 들어 최대치인 3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무역수지는 9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올해 1~10월 누적 흑자 규모는 226억700만달러로 올해 연간 목표치(235억달러) 대비 96.2%로 집계됐다.○시장 다변화 전략 주효

지난달 수출은 13개 주력 품목 중 석유제품(27.7%), 무선통신기기(18.6%), 가전(7.0%), 석유화학(6.9%), 반도체(6.7%), 액정디바이스(1.6%) 등 6개 품목이 증가세를 보였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이 확대된 것은 중남미와 아세안 등 신흥국 수요가 증가한 게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기존 수출 중심지였던 중국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각각 18.1%, 84.6% 감소한 반면 중남미와 아세안으로는 각각 106.9%, 72.1% 늘었다. 지난달 증가세로 돌아선 무선통신기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3와 갤럭시노트2 등 신제품 출시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선박과 철강 수출은 각각 29.7%, 10.7% 뒷걸음질쳤다. 자동차도 유럽 수요 위축과 완제품 재고 부족 등으로 3.5%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3.5% 증가하며 전달(1.0%)에 이어 두 달 연속 호조세를 나타냈다.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 증가(17.3%)도 두드러졌다. 삼성전자 베트남공장의 한국산 부품 수입이 늘어난 효과로 분석됐다.○수출 만이 선방

정부는 거의 모든 경제지표들이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수출이 선방하고 있는 데 대해 반색하고 있다. 실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수출은 내수보다 더 큰 성장세를 기록하며 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부가가치 유발 기준)은 2010년 62.2%에서 작년 72.8%로 10.6%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기록한 3.6%의 경제성장률 중 2.6%포인트를 수출이 담당했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 결과다. 수출을 제외하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한진현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 등 환율 효과도 배제할 수 없지만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 수주와 신시장 개척을 통한 수출 확대가 경제 성장을 떠받쳤다”며 “올해 수출 증가율은 다소 부진하지만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는 작년보다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향후 수출 불안요인도 만만치 않다. 우선 선진국 경기의 장기침체로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환율 하락도 부담이다. 특히 그동안 ‘원저(低)-엔고(高)’로 해외시장에서 누려왔던 반사이익이 사라져 가면서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 전기·전자, 반도체 등의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