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전 소록도서 살았던 대만 대학생…설영흥 현대차 부회장 '고흥군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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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만들고 요리·허드렛일…50여일 머물며 한센인들 돌봐대만 국적의 화교인 설영흥 현대자동차 부회장(67·중국사업 담당·사진)이 전라남도 고흥군 명예 군민이 됐다. 49년 전 대학생 때 고흥군 소록도에서 한센인(나환자)들을 상대로 펼친 헌신적인 봉사활동 공로를 뒤늦게 인정받았다.
1일 현대차에 따르면 고흥군은 이날 ‘제38회 군민의 날’ 행사를 갖고 설 부회장을 명예 군민으로 위촉했다. 박병종 고흥군수는 “설 부회장은 청년 시절 소록도 봉사활동을 통해 오마간척지 조성과 한센인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다”고 위촉 배경을 설명했다. 설 부회장이 소록도를 찾은 것은 대만 국립성공회대 1학년(회계학 전공) 때인 1963년 6월. 그를 포함해 전 세계 대학에서 200여명의 학생이 섬에 왔지만 60여명은 한센인들의 처참한 모습에 질겁해 도착하자마자 돌아갔다.
설 부회장과 다른 학생들은 50여일간 소록도에 머물렀다. 매일 예방주사를 맞으며 낮에는 간척지를 만들기 위한 방파제 조성 작업을 하고 밤에는 요리와 허드렛일을 하면서 한센인들을 돌봤다. 소록도에 남아 있는 기념탑에는 설 부회장을 포함해 당시 끝까지 남았던 대학생 133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다른 일정 때문에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설 부회장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젊은 시절 죽을 고생을 하며 봉사활동을 했던 소록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나중에라도 가족들과 함께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