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군기' 잡기 나선 금융위…대부업체 정보제공 허용 등 월권 조치에 '발끈'

휴일 금감원 임원 소집
금융위원회가 산하기관인 금융감독원의 ‘군기’ 잡기에 나섰다.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은 일요일인 지난 4일 최수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 있는 금융위로 소집했다. 회의엔 금융위 국장급 이상 간부들도 참석했다. 추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금감원이 금융위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무리한 조치를 취해 엇박자로 비쳐지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사건의 발단은 ‘대부업체 개인신용정보(CB)의 제공 방식’을 놓고 금감원이 상급기관인 금융위를 무시하는 듯한 조치를 취한 데서 비롯됐다. 대부업체 이용 고객의 CB를 관리하는 나이스신용정보는 그동안 고객이 본인의 대출정보 조회를 요청할 때마다 ‘등기우편’으로 보내줬다. 금감원은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서도 정보를 제공하도록 5월 지도했다.

이에 대부업체가 발끈했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면 대부업체가 공들여 축적한 대출정보가 타 금융회사로 넘어갈 수 있다며 금융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이다.

문제는 유권해석이 나오기 전에 금감원이 ‘온라인을 통한 정보 제공을 그대로 진행하라’는 요지의 공문을 나이스 측에 보내면서 불거졌다. 상급기관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였다는 게 금융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공문을 보낸 관련된 금감원 간부를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금융위는 2일 ‘대부업체의 개인정보 및 신용정보 열람 방식은 신용정보회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사실상 대부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이 공문을 보내 지도한 내용과 완전히 반대되는 조치다.

앞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자본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놓고도 다른 견해를 보였다. 가계부채를 비롯한 하우스푸어 대책,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 등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일단 군기를 세게 잡았지만, 두 기관 사이의 오래된 반목과 갈등이 얼마나 잦아들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