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는 역사적 대세…정치가들, 흐름에 순응해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올해 협상이 마무리됐다. 양국의 연말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연내 5차 협상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 5월 협상개시를 선언한 뒤 이달 초까지 올해 모두 4차례의 협상을 했다.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일부에서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경림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4차 협상 뒤 “(어떤 품목을 민감품목으로 분류할지에 대해) 양측의 입장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대선도 변수다. 중국은 시진핑 시대로 이행해도 한·중FTA 추진 동력이 약해지진 않겠지만 한국은 상황에 따라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4차 협상이 끝난 다음날인 지난 2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푸단대에서 한·중 학계 전문가들을 만났다. 푸단대는 경제학 분야에서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꼽힌다. 이들은 성균관대 중국대학원과 푸단대 경제학원이 주최하는 ‘제3회 한중 대학원생 상하이 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푸단대에 모였다. 세 전문가들과 한·중 FTA 협상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교착상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얘기를 들어봤다.

▶올해 협상 진척 정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스레이 푸단대 공공경제연구센터 소장=중·한 FTA는 양국에게 매우 좋은 기회지만 협상 진전이 느려졌고 현재는 사실상 정체돼 있다. 한국 정치인들의 발언 영향이 크다. 그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반FTA 여론을 조장하다보니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 중·한 FTA에 대한 반감이 생겼다. 국민적 지지기반이 약화돼 추진력이 떨어진 것이다.▷이호재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지적재산권을 협상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나름대로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 지금은 의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향이 안 나왔다고 해서 진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민감품목 선정 등에서 중요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츠후이성 베이징대 교무위원회 부위원장=속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경제논리로만 협상을 풀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서 스 소장과 생각이 다르다.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 경제학자나 정치가의 의지로만 추진해서는 안 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협상이 맺어진 뒤에도 잘 정착된다.

▶민감품목 선정에서 양측 입장차가 크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츠 부위원장=한국이 농업과 관련된 걱정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과 타이완이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협상을 할 때 타이완도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걱정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타이완 농민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호해적인 혜택을 많이 주는 방향으로 협상을 맺었다. 중·한 FTA의 민감품목들도 양국 이익의 균형점을 찾는 선에서 타결하면 될 거라고 본다.

▷스 소장=의견 차이가 있어도 동아시아 경제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풀어나가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이 중국에 요구하고 있는 비관세장벽 완화도 국제무역기구(WTO)라는 큰 틀에서 해결하면 된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학자들 간의 토론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모은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원장=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에 정부 간에 이견이 큰 건 당연하다. 한국 정부도 협상 연한을 2년으로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부문 교류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산업계 교류도 좋지만 그보다 한 발짝 이해관계에서 떨어져 있는 학계의 교류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서로간 이해의 폭을 넓히면 수년이 걸리는 협상기간 동안 동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4차 협상에서 지적재산권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로 한 건 어떤 의미가 있나.

▷스 소장=세계 경제 질서의 큰 흐름 속에서 협상을 진행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적재산권이 국제 무역에서 가지는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과 중국 간의 의견 차이가 크지 않다. 한국 기업가가 중국에서 지적재산권을 보호받기를 바란다는 점을 중국도 이해하고 있다.

▷츠 부위원장=협상의 한 부분으로 다루는 건 쉽다. 그보다 협상이 맺어진 뒤 중국 민간부문에서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게 관건이다. 오랫동안 중국에서는 재산이 모두 국가 소유였다. 2007년 물권법 발효 이후에야 개인 재산에 대한 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직도 개인재산 보호 문제에 대해 혼란스러운 면이 있고 지적재산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강화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강한 건 확실하다. 최근 중국 정부가 지적재산권 보호제도에 대해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베이징대에 지적재산학부도 만들었다.

▷이 원장=츠 부위윈장과 같은 견해다. 중국내 법 집행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이 부분에 대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에서 특허출원을 많이 하고 현지에 특허관리 전담인원을 배치해야 한다. 외교통상부가 이에 대한 정보를 기업에 줘서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보다 중국에서 한·중 FTA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이유가 뭔가.

▷츠 부위원장=최근 중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의 영향이 크다. 옷, 음식 같은 상품 뿐 아니라 ‘강남스타일’ 같은 문화콘텐츠도 이미 보편화된 지 오래다. 이 영향으로 특히 중국 젊은이들이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중·한 FTA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원장=중국의 정치적 계산이 배경에 있다고 본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북아 경제 질서를 중국 위주로 만드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한·중 FTA는 이런 전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이익이 있다. 시장 크기는 중국이 훨씬 크지만 그렇게 단순히 볼 게 아니다. 한국은 지난해 무역규모가 세계 9위인 무역 대국이다.

▷스 소장=중국은 중·한 FTA를 지지하고 환영한다. 그러나 한국의 FTA에 대한 지지가 중국보다 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도 중국과의 협력에 긍정적이다. 이견은 협상의 부분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나타날 뿐이다.

▶한중 FTA가 맺어지면 한국과 중국은 어떻게 발전할까.

▷스 소장=그동안 양국 간 상품 무역 협력은 매우 빠르게 발전해왔다. 그러나 기술 협력은 많이 진전되지 않았다. 중국은 재료, 가공, 농업 기술에서 한국보다 기술우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철강 정보통신기술 등에서 기술우위에 있다. 쌍방 모두 서로 다른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한FTA가 맺어지면 양국간 기술 협력이 강화될 여지가 크다.

▷츠 부위원장=중국 속담에 ‘과거를 보면 현재를 알고 현재를 알면 미래를 안다’는 말이 있다. 중·한 관계의 역사는 수천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잠깐 수교가 단절됐던 적이 있었지만 금방 복원됐다. 중·한 FTA도 이런 큰 흐름 속에서 읽어야 한다. 수천년 역사의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치가와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역사적 흐름에 순응해야 한다.

▷이 원장=문화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FTA를 맺으면 비자에 대한 협력이 강화될 수도 있고 항공 노선도 늘어난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겠지만 부수적으로 폭발적인 교류가 생겨날 것이다. 무역 외에도 문화적인 교류, 인적자원의 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문화적으로도 이질감보다는 유대감이 크다. 두 나라 국민 간 심리적인 거리도 훨씬 가까워질 것이다.

상하이=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대담자 프로필

- 스레이 푸단대 공공경제연구센터 소장(54) △1995년 푸단대 경제학부 부학장 △2000년 푸단대 중국경제연구센터 소장 △2003년 푸단대 당위선전부장 △현재 중국 공산당 당위서기, 푸단대 공공경제연구센터 소장, 푸단대 경제학부 교수-츠훼이성 베이징대 교무위원회 부위원장(71) △1964년 베이징대 무선전자학과 교수 △1990년 베이징대 정보기술과학대학장 △1996년 베이징대 상무부총장 △현재 베이징대 무선전자학과 종신교수, 베이징대 언어및청각연구센터 소장,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석좌교수, 성균관대 중국학술교류 고문

-이호재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51) △1995년 삼성 중국지역 전문가 △2005년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연구교수 △2006년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국경제관리학과장 △2010년 상하이엑스포 한국관 자문·심사위원 △현재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