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는 복지 대신 근로의욕 높이는 정책 펴라"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정책' 국제 콘퍼런스 /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日, 고령화·저성장에 연금 바닥…삶의 질 저하
북유럽 모델, 다른 국가에 보편적 적용 힘들어
덴마크, 높은 취업률에 고용친화적 정책 성공

“일본은 1990년대부터 급격한 고령화와 저성장을 겪기 시작했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 정책은 고령화와 맞물려 거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 연금 잔액은 바닥을 드러냈고, 정부는 국채를 찍어댔다. 국가 부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02%에 달해 파산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인의 삶의 질까지 저하되는 추세다.”

하야시 마사히사 와세다대 교수가 7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정책’ 주제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하야시 교수는 한국의 급속한 노령화와 저성장을 지적하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웨덴 덴마크 미국 등에서 온 학자들도 정치인들이 추진하는 과잉 복지에 우려를 표했다.○저성장 고령화, 복지 확대 재앙될 것

스벤 호트 서울대 교수는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복지 모델을 ‘결코 섞일 수 없는 국가(state)와 복지를 묶어 성공한 거의 유일한 사례’로 규정했다. 호트 교수는 “북유럽의 복지는 수출 대기업의 성과, 복지 비용 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정치인의 초당적 의지, 지방분권화 등 여러 퍼즐을 풀어 만든 모델”이라며 어떤 국가에나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모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야시 교수는 “일본 정부가 파산에 다가가고 있다”며 “국채를 더 이상 찍지 못하면 일본인의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복지 지출 규모는 1947년 정부 예산의 4.8%에 불과했으나 2011년 31.7%로 치솟았다. 성장률 하락으로 세수 증가의 한계에 부딪힌 일본 정부는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비용을 대고 있다. 1970년 GDP의 11.2%였던 국채 규모는 2012년 202.2%에 이른다.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한국의 인구 노령화·저출산 추세를 고려할 때 현재의 복지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2010년 현재 GDP 대비 33%에 해당하는 정부 부채가 2050년 130%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복지 정책을 현재 구조에서 ‘저부담 저혜택’ 혹은 ‘고부담 고혜택’의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바람직한 복지는 ‘공짜 점심’ 없애는 것

이들은 무조건 퍼주는 복지보다 근로 의욕을 높이는 복지가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얘기다. 욘 크비스트 서던덴마크대 교수는 “복지국가로 알려진 덴마크는 실제로 고용친화적 근로복지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나라”라고 했다. 각종 복지 제도에 구직의무 요건을 붙여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노동과 교육 의료 시스템을 결합시킨 종합적인 사회보장제도를 정착시켜 높은 취업률, 낮은 임금 불평등 등을 실현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용은 사회적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라며 “모든 계층에서 높은 고용 수준을 유지하는 게 덴마크 복지 모델의 유지에 있어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호트 교수는 “복지는 봉건시대에 비해 훨씬 안정된 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자유 의지를 무시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며 “과도한 복지는 헌신적인 납세자를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무능력자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석/김대훈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