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회사의 '무기'는 근육보다 섬세함…지게차 운전기사도, 물류센터장도 여성이죠"

기업&기업人 - 파워기업인 생생토크 이상근 삼영물류 사장

물류 종류·지역별 자회사 7개 만들어 '연방제 경영'
창업 14년 만에 매출 376억 회사로

직원 30%가 입사 후 대학·대학원 교육
"더 많은 전문가 키워 글로벌 물류사 될 것"

인천 송도유원지 앞에 있는 삼영물류(대표 이상근·52)는 몇 가지 점에서 특이한 기업이다. 물류회사 직원들은 대개 남성이다. 대형트럭과 지게차가 드나드는 등 일이 거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본사 직원 140명 중 41%는 여성이다.

중요한 보직 중 하나인 전략기획팀은 송혜진 팀장이 맡고 있다. 이 회사의 청원물류센터는 여성이 58%에 이른다. 이곳의 물류센터장도 여성이고 지게차 운전기사도 여성이다. 홍우표 청원물류센터장은 현장 인력으로 입사해 일하면서 자질을 인정받아 센터장으로 승진했고, 50여명의 직원을 지휘한다. 신갈센터는 52%가 여성이다. 삼영물류는 물류가 ‘근육’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상근 사장은 “물류는 두뇌와 섬세함, 그리고 정확함을 필요로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연방제’라는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7개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이들은 독립적으로 경영하면서 삼영물류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시너지를 창출한다. 예컨대 삼영로지스는 소매물류, 듀코스는 식자재물류를 각각 담당한다. 편의점 식자재 등으로 특화시키면서 동시에 지역별 거점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 사장은 “원래 창업 초기 지역별 체제로 운영해 오다가 통합했는데 독립 경영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최근 1~2년 새 기능별 지역별로 분사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삼영물류의 작년 매출은 376억원, 자회사 7개를 합치면 약 800억원에 달했다”며 “자회사들이 시너지를 낸 데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창업해 불과 14년 만에 이 분야에서 굴지의 업체로 성장한 것이다.

삼영물류는 육상 해상 항공 운송과 창고 등을 결합한 종합물류서비스업체다. 좀더 전문적으로 ‘3자물류(Third Party Logistics)’업체다. ‘1자물류’는 자체 운송, ‘2자물류’는 자회사를 통한 운송, ‘3자물류’는 남의 물건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물류는 화주, 창고업체, 개별 운송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비즈니스 분야댜. 그런 가운데 꾸준히 성장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첫째, 물류 최적화를 위한 서비스다. 화주의 의뢰에 따라 물건을 단순히 운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물류서비스를 최적화할 수 있는지 제안한다.

예를 들어보자. 불황을 뚫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는 원가절감이다. 외국과 합작사인 화학업체 A사는 물류체계를 개선해 물류비를 57% 줄일 수 있게 됐다. 연간 약 7000만원에 이르는 것이다. 방법은 최적의 핵심물류거점 선택이었다. 경남의 공장 내 거점을 충북 오송으로 옮기도록 한 덕분이다. 물류를 최적화하는 것은 고등수학처럼 매우 복잡하다. 삼영물류는 A사의 산업분석부터 시작해 공급망과 물동량 이동경로 출고량 등을 감안해 해법을 도출해 냈다.

이 사장은 이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해왔다. 1981년 군에 입대한 그는 군수지원사령부 병참분야에서 일하며 물류에 눈을 떴다. 군대 병참은 물류의 원조격이고 사회 어떤 분야보다 물류가 발달한 곳이다. 제대 후 이 분야에서 일한 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창업했다. 프로로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당시 몸담고 있는 물류업체가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고객사들이 당신이 직접 하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 뭐 꾸물거리느냐”며 창업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이렇게 공중분해되는 것은 너무 아쉽다”며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지방 물류센터 운영을 맡고 있던 책임자 등 6명과 공동 출자했다. 초창기부터 웹 기반 화물추적서비스 등 정보기술(IT)을 물류에 접목했다. 이 사장은 실무경험에 이론을 접목하기 위해 물류 관련 연구로 석·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둘째, 진정성이 담긴 대화다. 이 사장은 물류 이해당사자 간 주장이 서로 충돌할 경우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로 문제를 푼다. 그는 “차주는 운임인상, 창고업체는 창고료 인상을 요구하는데 화주는 운송비를 깎아달라고 조른다”며 “이들 간 갈등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지만 진솔한 대화로 푼다”고 설명했다.

셋째, 다양한 국내외 네트워크다. 자체적으로 화물자동차운송, 축산·식품·주류운반, 전시사업, 보세구역특허 등 다양한 면허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34개 물류센터 및 30개 디포(Depot:잠시 적치하는 곳)와 제휴를 맺고 있다.

공동물류서비스도 하고 있다. 여러 화주의 화물을 공동으로 보관하고 배송해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 사장은 “2000년에 국내 최초로 부천에 공동물류센터를 운영했고 작년 초부터는 인천 남동산업단지 내 공동물류센터 운영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해외서비스에도 나서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물류서비스업체인 케리(Kerry)와 합작회사인 케리삼영로지스틱스를 만들었다. 이 사장은 “이를 통해 미국 동남아 유럽 등 24개국 400곳의 비즈니스센터에서 물류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글로벌 물류사업을 확대해 세계적인 물류업체와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력·나이·연공서열·性 차별 없어…삼영물류 '4無경영'

삼영물류는 학력과 나이 입사연차 성별의 차별이 없다. 고졸자도 대졸자보다 먼저 책임자급으로 승진할 수 있고 나이가 어린 사람도 마찬가지다. 늦게 입사한 사람이 먼저 중요 직책을 맡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연공서열을 따지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기준은 실력과 업무능력이다. 이 사장은 “물류기업 경쟁력의 요체는 사람”이라며 실력과 업무능력 배양을 위해 전문인력양성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고졸자도 얼마든지 대학과정을 마칠 수 있다. 이 회사 직원은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시 학자금의 50%를 지원받는다.

이 사장은 “그동안 전 직원의 30%가량이 이 혜택을 받아 공부했거나 수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사이버대에 등록해 수강한다.

아울러 자체교육을 통해 물류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본사와 물류센터 전 직원은 연평균 20회 이상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개별적인 직무능력 향상 프로그램도 있다. 이를 통해 실력을 갖추고 능력을 발휘하면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승진시킨다.

나이에 따른 차별도 없다. 이 회사 현장인력의 정년은 65세다. 본인이 원하고 건강이 좋으면 정년이 넘어서도 일할 수 있다. 사회취약계층인 장애인들도 함께 일한다. 이들은 주로 포장 등 단순작업을 맡는다. 특히 이 회사는 여성과 남성을 평등하게 대우한다. 이 회사의 송혜진 전략기획팀장은 “여성 인력의 경우 탄력근무제, 육아휴직제 등을 통해 회사 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