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화(中華)는 무(武) 아닌 문(文)이었다

국제적 지위와 군사력에 집착하는 중국의 大國 컴플렉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개막한 공산당 대회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국제적 지위에 걸맞은 군사력을 건설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스스로 개발도상국이라 낮춰 부르던 중국이 ‘국제적 지위’ 운운한 것은 G2라는 초강대국의 위상을 갖췄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맞먹는 강력한 군사력을 확보하겠다고 천명, 명실상부한 슈퍼파워로서 지위를 굳히겠다는 의지도 확고히 했다. 차기 정부의 최고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이 업무보고의 초안 작성을 주도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강력한 초강대국을 지향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지금도 무시할 수 없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중국 구세론(救世論)이 나올 만큼 경제력도 막강하다. 2002년 225억달러였던 국방비가 작년 899억달러로 이미 4배나 늘어났을 정도다. 그러나 군사력과 경제력이 강해졌다고 진정한 강대국이 됐다고 볼 수는 없다. 과거 중국이 주변국의 독립을 보장하면서 중화의 틀로 끌어들이는 기미(굴레와 고삐)정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문치(文治)의 힘이다. 유교라는, 당시로서는 고도로 선진적이었던 보편적 통치론을 주변국에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武)가 아닌 문(文)의 힘으로 중화(中華)체제를 유지해나갔던 것이다. 근세 들어 미국이 민주와 자유라는 이념을 제공하며 선진국 위치를 확고히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그런 보편적 가치가 실종됐다. 오히려 인권을 탄압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등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권력은 부패의 냄새를 풍기고 국격은 아직 멀었다. 중국은 국제적 지위를 말하기 전에 동북아 평화부터 생각하기 바란다.